[현장에서] 인도와 파키스탄 갈등 ‘나비효과’… FA-50 수출 가능성 커져
[현장에서] 인도와 파키스탄 갈등 ‘나비효과’… FA-50 수출 가능성 커져
  • 성동규 기자
  • 승인 2019.03.15 08:17
  • 최종수정 2019.03.15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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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스탁데일리=성동규 기자] 역사는 우리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내놓기도 합니다. 얄궂게도 70년 넘게 이어진 파키스탄군과 인도의 영유권 분쟁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말레이시아 경전투기(LCA) 사업 수주전에 도움을 주게 됐으니 말이죠.

군사 전문가들과 방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지난달 27일 카슈미르 정전선 부근 상공에서 파키스탄과 인도가 공중전을 벌어졌을 당시 파키스탄 공군은 F-16 전투기를 출격시켜 인도의 미그-21 바이슨과 교전을 벌였다고 합니다.

1971년 3차 카슈미르 분쟁 이후 48년 만에 양국이 공중전을 치른 것은 하루 전인 26일 인도 공군의 미라지-2000 전폭기가 카슈미르 지역의 정전선을 넘어 파키스탄 관할지를 폭격했기 때문입니다. 

파키스탄 공군의 F-16. [파키스탄 공군]
 F-16. 사진=파키스탄 공군

인도의 공습은 지난달 14일 카슈미르의 인도 관할 지역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인도 경찰 41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부상한 것에 대한 보복이었습니다. 인도는 카슈미르의 파키스탄 지역 민병대가 이 테러를 저질렀다고 봤습니다.

이런 이유로 양국의 긴장감은 극단으로 치달았습니다. 핵보유국 간에 전면전이 펼쳐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파키스탄이 요격했다는 인도군 미그-21 바이슨의 조종사 1명이 이달 1일 인도로 귀환하면서 갈등이 봉합되는 모양새입니다.

문제는 F-16 전투기가 미국이 파키스탄에 ‘테러와의 전쟁’에만 쓴다는 제한 조건 아래 판매했다는 점입니다. 미국으로부터 약속 위반이라는 책임 추궁을 당할 게 분명하다 보니 파키스탄은 손사래를 치고 있습니다.

인도가 수거한 AIM-120C 암람 공대공 미사일 파편. 이 미사일은 파키스탄군의 F-16만이 발사할 수 있다. [사진 인도 공군]
인도가 수거한 AIM-120C 암람 공대공 미사일 파편. 사진=인도 공군

그러나 인도는 파키스탄군이 F-16 전투기를 동원한 건 사실이라며 그 증거로 현장에서 수거한 AIM-120C 암람 공대공 미사일 파편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이 미사일은 인도와 파키스탄 공군 보유 전투기 중 F-16 전투기에서만 발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도에서만 이런 주장을 한 것도 아닙니다. 주요 외신인 로이터와 타스 등은 물론이고 항공 전문매체인 에이비애셔니스트에서도 파키스탄 공군이 F-16 전투기 8대를 출격시켰고 보도해 인도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공중전이 벌어진 지역 인근에 JF-17 전투기가 배치되어 있었는데도 파키스탄 공군이 외교적인 부담을 무릅쓰고 F-16 전투기를 출격시킨 것은 성능이 노후 기종인 미그-21 바이슨에 미치지 못한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JF-17. 사진=파키스탄 공군

JF-17 전투기는 중국과 파키스탄이 비용을 절반씩 부담해 합작해 개발한 3.5세대 경량급전투기입니다. 아울러 현재 KAI의 FA-50과 말레이시아 LCA 사업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전투기이기도 합니다.

애초 LCA 사업 수주에서 FA-50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는 JF-17 전투기(수출명 FC-1)의 수주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파키스탄과 인도의 공중전이 벌어진 이후 말레이시아 공군 내부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게 방산업계 관계들의 전언입니다.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FA-50의 수주를 기대할 만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마저 조심스럽게 돌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의식한 것일까요. 중국은 최근 JF-17 전투기를 F-16 전투기의 최신 계량형인 F-16 V 전투기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성능을 계량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FA-50. 사진=KAI

최종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말레이시아 LCA 사업에서 FA-50이 낙점된다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입니다. 

기존에 이라크와 필리핀 등에 수출된 FA-50에는 대공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공격기 임무만 수행할 수 있었으나 말레이시아는 암람 공대공 미사일 탑재 조건을 걸어 FA-50이 본격적인 전투기로 거듭날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의외로 FA-50과 같이 경량급전투기에 대한 수요가 많은 편입니다. 대부분 국방 예산이 넉넉하지 못한 개발도상국이지만 그 규모는 수조원 규모에 달할 정도로 매우 큰 시장입니다.

 

성동규 기자 dongkuri@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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