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효의 시장통]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김종효의 시장통]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 김종효 선임기자
  • 승인 2019.02.19 12:14
  • 최종수정 2019.10.10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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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V2X 융합 자율주행차량 지원 개념도. 사진=서울시 제공
5G, V2X 융합 자율주행차량 지원 개념도. 사진=서울시 제공

지난 해 초, 가득했던 희망(선진국 + 이머징 성장 본격화)은 말그대로 희망인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거시적으로는 트럼프 정부의 감세 정책과 연준의 양적완화, 미시적으로는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둔화되는 시점에서, 소위 위험자산들이 크게 둔화된 것이죠.

2019년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안했던 작년 4분기를 겨우 딛고 나온 시장이 응석 부리는 어린아이처럼 양적완화, 그리고 강력한 재정부양을 또 다시 요구하고 있습니다. 2008년 위기 이후 10년이 넘게 부양책을 쏟아부었지만, 단 1년 만에 성장세가 멈추자 재차 추가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중앙은행과 정부가 돕지 않으면 경제가 자생적으로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 성장률과 재정적자, 중앙은행 자산 추이, 자료 : 한화투자증권
미국 성장률과 재정적자, 중앙은행 자산 추이, 자료 : 한화투자증권

언제까지, 어디까지 부양해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까요? 지금처럼 저성장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미래기술에 엄청난 돈을 누가 쏟아부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대부분의 미래기술이 5G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수많은 기기가 연결될 5G 인프라 자금을 누가, 얼마나 배분해서 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은 아직 요원해 보입니다. 통신사가 모든 것을 부담할 수도, 부담할 이유도 없을 뿐더러, 5G인프라의 상당부분이 'B TO C'가 아닌 'B TO B', B TO G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부진한 경제지표로 인해 경기 침체 확률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확률이 올랐다고 해서 반드시 경기 침체에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제부터 정말 정교함이 필요합니다.

우선, 경제 정책의 실기와 남용이 없어야 합니다.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정치지형이 극단적으로 바뀌고 저성장이 일상이 됐습니다. 또, 각국 정부가 정말 이성적이고 훌륭한 정치경제 지도자가 선택되거나, 그런 사람이 선택된다고 해도,  제대로 이끌어 갈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우려스럽습니다.

리세션 확률과 리세션, 자료 : 유안타증권
리세션 확률과 리세션, 자료 : 유안타증권

그래서, 대공황 탈출을 가능하게 했던 케인즈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지금은 결국, 유효수요를 이끌어 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통화부양의 효과가 제한적이기 떄문에 실물에서 수요를 견인할 재정정책 패키지가 구체화 되어야 합니다. 또 재정정책 자체가 과거처럼 건설과 토목수요에 국한되어서는 성장을 이끌어 내는 것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 GDP대비 투자비중과 침체확률, 자료 : 유안타증권
미국 GDP대비 투자비중과 침체확률, 자료 : 유안타증권

그래서 미래를 위한 기술에 투자가 집중되어야 하는데, 5G와 IOT를 외친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2020년이나 2021년은 돼야 사용자가 크게 늘어난다고 합니다. 투자비용도 미중 무역분쟁으로 (화웨이가 50개 이상 국가에서 퇴출되면서) 삼성과 에릭슨 장비가 들어오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성장이 지속된다는 가정아래, 그럼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는 포기하거나 철회해야 할까요?

과거 시장 흐름을 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은 과거에도 3번의 고성장 이후 경제 둔화 구간에서 3번의 장기횡보의 기간을 겪어왔다고 합니다.

코스피 장기트렌드, 자료 : 신영증권
코스피 장기트렌드, 자료 : 신영증권

큰 성장을 이룬 이후 모멘텀이 둔화되면 짧게는 4년에서, 길게는 10년에 가까운 기간동안 일정 레벨을 크게 돌파하지 못한 것입니다. (지금도 2008년부터 이어온 1800-2300 박스구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도체 이익이 급증해 2600선을 터치했던 2017-2018년을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지난 1월처럼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다소 저평가되거나 밸류에이션 자체가 낮아 일정부분의 가격 회복을 급락시마다 빠르게 이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기업 전체의 매출과 이익성장이 정체를 보이는 구간에서 급격한 성장, 혹은 위험자산 레벨의 급등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지수정체 속에서 종목, 혹은 업종간 키맞추기나 단기 모멘텀 유출입에 따른 업종 시총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같은 측면에서 어떤 기업과 업종이 변화의 모멘텀을 가지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더 바람직 해 보입니다.

실적이 떨어져도 여전히 밸류도 싸고 장기 성장 기반이 좋은 반도체를 필두로 한 IT 핵심부품이 가장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컨텐츠와 미디어, 2차전지 등 실적 성장 기대가 높은 종목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봐야 합니다. 

상승장에서 주도주 선택이 답인 것처럼, 횡보장에서는 경제 정체상황에서도 성장하는 고성장주가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 바, 구경제 기업으로 불리는 조선과 항공, 철강, 화학 등의 중후장대 사업은 신규 성장 산업의 유입이 존재하거나 철저한 가격 메리트, 단기 모멘텀 부각에 따른 가격 회복에 초점을 맞춘 전략으로 유효해 보입니다.

단 저평가에 업종 턴어라운드가 겹친다면 성장이 정체된 중후장대 종목이라도 성장주 만큼 우선 순위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과 미국 S&P 500지수 추이, 자료 : 신영증권
미국채 10년물 수익률과 미국 S&P 500지수 추이, 자료 : 신영증권

특히, 지금처럼 전문가들의 전망도 잘 맞지 않고 시장을 리드하는 지표들의 방향이, 위 그림처럼 다를 때는 더욱 조심스런 행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채권시장은 저성장을 애기하고 있는데, 주식시장은 이익 하향 전망에도 가파르게 올라간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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