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중단 신호 쏜 美, 경기둔화 속도 빨라졌나… 위기감 더 커진 韓경제
금리인상 중단 신호 쏜 美, 경기둔화 속도 빨라졌나… 위기감 더 커진 韓경제
  • 최재영 선임기자
  • 승인 2019.01.31 13:23
  • 최종수정 2019.01.31 1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 연준 성명서에 '강한' 대신 '견조', 점진적 표현 삭제하고 인내심 문구 추가,
올해 미 경제 성장 큰폭으로 꺾일 것으로 진단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현행 2.25~2.50%로 동결했다. 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현행 2.25~2.50%로 동결했다. 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0일(현지시간) 금리를 동결하면서 통화 긴축을 중단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날 금리 동결은 이미 시장에서 예상했던 상황이다. 하지만 이날 미 연준이 준 신호는 올해 최대 두 차례 이상 나설 것으로 봤던 금리 인상을 중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만큼 강했다. 이는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더 빨리 나빠지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한미 금리차를 걱정해왔던 한국으로서는 이번 금리 동결은 매우 긍정적이다 다만 미국 마저도 빠르게 경기 하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의미에서는 앞으로 한국경제에 만만치 않은 충격파에 휩싸일 가능성도 나온다.

◆금리 인상 중단 신호 매우 강해

연준은 29~30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현재의 2.25~2.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미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FOMC 성명서에 '점진적인 추가 금리인상' 문구를 넣지 않았다. 이는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2회 이상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에 대한 향후 조정 사항을 결정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겠다”는 표현을 추가했다. 지난해 12월 성명서에 “점진적 추가 금리 인상”표현은 이번에 삭제했다.

미국 경제 상황을 보는 태도도 바꿨다. 연준은 그동안 ’강한‘이라는 단어를 써왔지만 이번 성명서에는 ’강한‘ 대신 ’견조하다‘는 표현을 넣었다. 또 향후 금리 조정에 대해서도 ’인내심‘이란 문구를 넣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발언도 금리 인상 중단에 힘을 더 보탰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준ㄱ므리를 인상할 논거가 다소 약해졌다"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FOMC가 평가하는 중립금리 범위에 있다"고 밝혔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없이 잠재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는 이상적인 금리 수준을 가르킨다.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범위내에 있다는 것은 기준금리가 이미 목표 범위에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추가 인상의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기준금리를 인상한후 "우리는 현재 중립금리의 하단에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이번 발언은 이보다 더 적극적인 표현이다.

미 연준은 그동안 금리 인상 전망을 두고 해석이 분분한 문구를 써왔다. 하지만 이번 문구들은 금리 인상을 중단한다는 강력한 신호에 가깝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도 성명서를 두고 ’금리 인상을 중단한다는 것으로 본다“고 보도했다.

미국 경제의 중심지인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들. 사진= 픽사베이
미국 경제의 중심지인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들. 사진= 픽사베이

◆금리 인상 중단 미국 경기 둔화 시작됐나

재닛 옐런 전 미 연준 의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전미소매협회의 연례회의인 ‘빅쇼’에서 연사로 참석한 자리에서 “세계 경제가 하방으로 전환되고 이것이 미국으로 전이된다면”이라고 전제하면서 “이번 사이클에서는 마지막 금리인상을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옐런 전 의장의 견해는 경제전문가들과 시장의 관측과도 같다. 올해 들어서는 심각성을 느낄 수 있는 ‘전조’(前兆)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14일 경재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CLI)를 인용한 보도를 보면 지난해 11월 미국의 CLI는 99.6을 기록했다. 이는 8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미국의 CLI가 100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7년 7월(99.99)부터다. 이는 최근 국제 금융시장의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중요한 배경이다.

투자 심리가 냉각된 것은 이보다 앞서 나왔던 지표들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했다. 지난 5일 전미공급관리협회(ISM)가 내놓은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1로 전달(59.3)보다 5.2포인트나 하락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57.9)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날 미 국채금리는 급락하고 엔화가 강세를 보일 만큼 미국 경기둔화 공포가 확산됐다.

이날 예상을 웃도는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12월 민간 고용지표도 나왔지만 경기둔화 우려를 달래기는 역부족이었다. 뉴욕증시는 2.83% 급락하는 등 하루 종일 위기감이 휩싸였다.

제이미 디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경제는 경제성장률 2~2.5%로 가는 배와 같다"면서 "(배의 항해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경제학자 50명의 분석을 통해 올해 1분기 미 경제성장률이 1.8%까지 떨어지고 2분기 전망은 2.5%, 6월까지는 평균 2.3%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미 경제방송인 CNBC는 미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을 하지 않고 오히려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수출을 앞두고 있는 컨테이너. 사진= 픽사베이
수출을 앞두고 있는 컨테이너. 사진= 픽사베이

◆미국 경기 둔화 한국경제 여파는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하반기부터 1%대(1.6~1.8%)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JP모건은 올해 중으로 경기침체에 들어갈 확률 52%로 봤다. 최근 미국 주가 폭락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줄을 잇는다.

문제는 경기 둔화 국면에 들어선 한국경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3개월 연속으로 ’경기둔화‘를 언급할 정도로 현재 경기상황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경기 비관론은 앞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2.9%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9%에서 2.6%로 내려 잡았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3%까지 내렸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수출 성장도 한풀 꺾인 상황에서 미국 경기둔화가 예상보다 빠를 경우 당장 우리나라 수출 전선에도 상당한 충격을 줄 가능성도 높다. 여기에 주요 수출국인 중국이 올해 성장률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충격파의 무게감을 더한다.

한국 수출을 견인하는 반도체도 올해 ’위기감‘이 느껴질 만큼 나빠진 상황이다. 반도체는 올해 열흘 동안 판매 집계에서 전년과 비교해 27.2%나 줄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반도체는 단일 품목 최초로 1300억 달러(146조원) 수출 돌파를 예상하면서도 지난해 30%대였던 수출 증가율은 올해 5%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경기 둔화가 앞으로의 충격파를 가늠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최재영 선임기자 caelum@infostock.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