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베네수엘라 원유 제재가 시장에 줄 수 있는 영향
미국의 베네수엘라 원유 제재가 시장에 줄 수 있는 영향
  • 최재영
  • 승인 2019.01.28 14:04
  • 최종수정 2019.01.29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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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스탁데일리=인베스팅닷컴/ 엘렌 R 월드 박사(에너지·역사학자)]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을 위시한 중남미 대륙의 몇몇 국가들은 베네수엘라의 야당 대표인 후안 과이도(Juan Guaido)를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 대통령을 대신할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임기 중 이 남미 국가를 경제적으로 무너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이도는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베네수엘라의 국회의장직을 역임했다. 여기 더해 트럼프 행정부는 공개적으로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에 제재를 가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마두로와 그 지지층에 대한 다양한 제재를 가하고 있었으나, 지금까지는 베네수엘라의 원유를 제재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의 중앙집권적인 행보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적극적으로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유 300분 차트. 사진= 인베스팅 닷컴
원유 300분 차트. 사진= 인베스팅 닷컴

지난주에는 미국 내 시트고(Citgo) 정제 공장에 대한 제재가 어떤 영향을 입힐 수 있는지 다뤘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원유에 대한 제재는 시장과 유가에 이보다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고유황 중유 가격 상승

베네수엘라의 원유 비축량은 세계 최고다. 가장 먼저 발견된 것은 마라카이보(Maracaibo) 호수 주변의 유전이었으나, 현재 생산량은 대부분 훨씬 가격이 비싸고 활용이 어려운 오리노코 지대(Orinoco Belt)에서 나온다.

베네수엘라의 산유량은 일일 340만 배럴에 달했으나 2018년에는 일일 120만 배럴 수준까지 하락했다. 베네수엘라는 캐나다와 사우디아라비아 뒤를 이은 미국 3번째 규모의 원유 공급국이다. 베네수엘라의 현재 생산량의 반 가량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업체 PdVSA 소유인 시트고를 포함한 미국의 정제 공장으로 수출된다.

베네수엘라 원유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다른 원유의 정제 공정에 투입되는 고유황 중유다. 만약 베네수엘라의 고유황 중유 공급이 끊기게 된다면 이 종류의 원유는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로이터의 보도에 의하면 화요일에는 비슷한 등급의 원유가 달러당 6.25 상승했다.

◆베네수엘라의 미국산 석유제품 수입 중단

캐나다 앨버타 주의 역청 지대에서도 비슷한 원유가 생산된다. 하지만 멕시코 만 주변의 미국 정제 공장에서는 이 원유를 수월하게 들여오기 어려울 것으로 풀이된다. 앨버타 주가 심각한 수송장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원유를 구해오는 것도 지나치게 시간이 오래 걸려 바람직한 선택지라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제재가 실제로 진행된다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사용하는 멕시코만의 정제 공장들은 모두 가격 상승을 마주해야 한다. 만약 전면 가동에 미치지 못한다면 일부 지역에서는 가솔린 가격 역시 상승할 수 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에 제재를 가한다면 베네수엘라는 더 큰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미국산 석유제품 수입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정보청(EIA)에 의하면 베네수엘라는 2018년 10월 미국에서 300만 배럴 이상의 석유제품을 수입했다.

베네수엘라의 정제 공장들에는 가솔린과 기타 석유제품에 대한 국내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정도의 생산력이 남아있지 않다. 베네수엘라는 원유를 수출하기 위해 2016년부터 미국에서 베네수엘라산 중유와 혼합할 희석액을 수입해왔다. 미국과의 거래가 중단된다면 다른 희석액 공급처를 찾기 전까지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로즈네프트(Rosneft)의 미국 내 페데베사(PdVSA) 자산 흡수 가능성

베네수엘라가 미국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대부분 베네수엘라의 국가예산으로 쓰인다. 그 외의 매출은 모두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 지고 있는 채무의 이자를 지불하기 위해 쓰인다.

베네수엘라가 러시아의 국영 석유기업인 로즈네프트(Rosneft, MCX:ROSN)에 대한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다면 로즈네프트측에서 베네수엘라의 미국 내 자산을 압류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시트고의 49.9%는 PdVSA의 채무를 대신해 저당이 잡혀있는 상태다.

미국이 국가 안보를 위해 로즈네프트의 시트고 인수를 막을 수도 있겠지만, 그 경우에는 베네수엘라와 러시아, 미국 사이의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PdVSA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고 미국 정부가 로즈네프트의 시트고 인수를 막는다면 해당 주식이 합의하에 보다 중립적인 기업으로 넘어가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할인된 가격일 가능성 역시 높다).

◆제재는 베네수엘라에게도, 미국에게도 악영향

제재 조치가 베네수엘라에 큰 타격을 줄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미국에도 즉시 영향을 주게 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석유제품으로 넘쳐흐르고 있다. 정제 공장들은 전면 가동중이고 상품 재고 역시 쌓이는 중이다.

멕시코는 파이프라인 인프라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미국에서의 수입을 중단한 상태다. 베네수엘라 역시 수입을 중단한다면 미국의 석유 제품 재고가 더욱 쌓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베네수엘라의 2019년 산유량이 일일 100만 배럴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제재로 인해 공정이 가속화된다면 5월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 제재와 미국 운전 시즌의 시작, 이란 원유 제재 예외권의 일부 혹은 전부의 만료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이 합쳐진다면 올 봄 원유 시장은 훨씬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인베스팅 닷컴= 엘렌 R 월드 박사

※ 이 칼럼은 인베스팅 닷컴에서 게재된 영어 원문을 번역한 칼럼으로 일부 표현이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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