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효의 시장통] 회색코뿔소는 지금 올까?
[김종효의 시장통] 회색코뿔소는 지금 올까?
  • 김종효 선임기자
  • 승인 2019.01.24 13:23
  • 최종수정 2019.10.10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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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비관론자들의 전유물로 꼽히는 단어,  바로 나심 탈레반의 책에서 따온 블랙스완(검은 백조) 입니다.

가능성은 낮으나 일어나면 큰 변동성을 야기할 수 밖에 없는 변수를 부르는 말이죠.

현재 상황은 블랙스완을 걱정할 상황은 아닌 듯 합니다. 정확도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블랙스완 가능성을 측정하는 skew지수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CBOE SKEW지수 추이, 자료 : 인베스팅닷컴=인포스탁데일리
CBOE SKEW지수 추이, 자료 : 인베스팅닷컴=인포스탁데일리

그래서 지금 비관론자들, 혹은 신중론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회색 코뿔소 입니다.

회색 코뿔소는 무엇인가?

회색 코뿔소는 인간이 자주 놓치는 위험, 보고도 못 본척 하는 위기를 가리킵니다. 미셜 부커는 "회색 코뿔소가 온다' (2016, 비즈니스 북스)는 자신의 저서에서 예측 불가능한 위기란 존재하지 않으며 누구나 주의를 기울이면 위기를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회색코뿔소가 온다, 자료 : 비지니스북스
회색코뿔소가 온다, 자료 : 비지니스북스

지금의 회색 코뿔소는 무엇인가? 지금 올까?

그렇다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보고도 못본 척 하는 위기는 무엇일까요. 이미 답을 알고 계시겠지만 두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바로 개인, 기업, 정부를 가리지 않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빚입니다.

세계 정부 부채 증가, 자료 : CNBC
세계 정부 부채 증가, 자료 : CNBC

정부의 부채는 무려 66%가 급증해 전세계 GDP의 80%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대부분의 유로존이 증가한 반면 독일만 감소했습니다.

개인부채도 나라별 차이는 있으나 자산가격이 상승한 만큼 대부분 국가에서 대폭 증가했는데 자산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높은 수준입니다.

기업부채는 중국을 중심으로 그림자금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고 이머징 국가가 달러베이스의 부채를 외국인 투자 형태로 크게 증가시켜 문제의 소지가 남아있습니다.

연준의 금리정책과 달러 등락에 이머징 시장이 지속적으로 흔들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부와 기업, 개인 빚이 과거대비 급증한 지금은 경제의 저속 성장이 고착화된 바, 지속적으로 부채 축소 진행상황을 주시해야 합니다.

부채를 무한도로 늘리긴 어렵습니다. 양적으로든 가격으로든 제어가 필요한 시점이여서 전망이 더욱 어렵고 소위 전문가 집단의 예측도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대부분의 집단, 국가간, 계층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부의 편중문제입니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이머징 가릴 것 없이 위기와 회복이 반복되는 구간에서 상위 10%에 쏠리는 부의 편중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소득 계층별 소득 분포 추이, 자료 : 제로헷지
미국 소득 계층별 소득 분포 추이, 자료 : 제로헷지

이것이 지금 전세계적으로 민족갈등, 계층갈등, 정치 세력간 갈등을 유발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정부가 채권을 발행해 복지와 재정정책을 강하게 운영하는 것만으로 쌓여있는 불안요소(성장과 부의 재분배)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쉽게 '네!' 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이러한 불안 요소가 내재되어 있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관점을 긍정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리스크가 큽니다. 물론 어려운 시장 속에서도 항상 답은 존재하죠.

다만 시장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같은 종목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시장에서 위험자산을 풀 포지션으로 끌고 가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위기속에 기회가 있지만 결국 기회도 언제 포착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의 크기가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약간의 기회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지금은 시장에 내포된 근본적 물음, 즉 회색 코뿔소가 언제 움직일 것인지, 아니면 회색 코뿔소 자체가 존재 하는지에 대한 확인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

회색 코뿔소가 지금 올까?

성경말씀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모르면 방관해야 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성장도 미리 준비하는 자의 몫이듯 미래의 불안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명한 성경의 비유에서 신랑을 맞이할 때 슬기로운 처녀들은 미련한 처녀들과 달리 등불 뿐 아니라 기름도 같이 준비했습니다. 

여러분은 등불과 기름이 같이 준비되어 있습니까?

정리하면

1. 지금 걱정해야 할 것은 숨겨진 악재보다 드러난 악재를 잘 소화해 낼지 걱정해야 합니다.

2. 드러난 악재는 급증한 부채축소 이슈와 부의 불평등 심화입니다.

3, 지금 당장 위험자산을 줄이고 안전자산에 올인하는 전략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두가지 요소의 적절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면 투자 포지션 확대는 신중해야 하며 출구전략도 같이 고민해 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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