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효의 시장통]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위한 변명 (A.K.A 금감원은 일 제대로 해라!)
[김종효의 시장통]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위한 변명 (A.K.A 금감원은 일 제대로 해라!)
  • 김종효 선임기자
  • 승인 2019.01.21 10:25
  • 최종수정 2019.10.10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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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사진= 금융감독원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사진= 금융감독원

주말에 나온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금융감독원 보도자료 기반의 신문 방송 뉴스인데요. 내용인 즉,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 제도 개선 방안 시행 전·후 1년을 비교 분석한 자료입니다.

제시된 팩트만 보면, 금감원의 문제 제기는 충분히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한마디로, 증권사 보고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은 전혀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증권사 투자의견 현황, 자료 : 금융감독원
증권사 투자의견 현황, 자료 : 금융감독원

표를 보면, 일견 금감원의 주장이 맞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주식을 사라'는 매수 일변도의 국내 증권사 보고서, 또는 다소 허황된 목표주가에 대한 제재에 일면 공감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다만, 전반적인 제도 운용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 깊은 얘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습니다.

JTBC 유행어를 써볼까요?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1. 매수는 다 같은 매수다?

관련 기사를 보시면 알겠지만, 매수 일변도의 증권사 보고서가 잘못되었다는 지적, 맞는 얘기입니다. 매도, 혹은 중립 이하의 보고서도 필요하겠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매수가 과연, 다 똑같은 매수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찬찬히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증권사 리포트를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리라 여겨지지만, 증권사 보고서는 내용적 뉘앙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2개월 후 실적을 예측하고 그에 따른 목표가를 제시한 보고서는, 일시적 악재나 시장의 단기적 변화로 주가가 하락한다고 해서, 매수 의견을 바꿀 필요가 있을까요?

또 보고서 내용을 보면, 실적 전망이 하향돼 매수 의견은 유지하지만 목표가를 내거 낮추거나 관계 회사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매수 투자의견을 내는 겁니다. 매수지만 실질적 내용은 매도, 혹은 중립에 가까운 보고서도 많다는 거죠.

때문에, 매수 의견이 많다고 해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자체가 지극히 '행정편의주의적'이라는 생각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한가지 짚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업계의 관행은 애널리스트만 노력한다고 해서 고쳐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호랑이 같은 금감원 규제가 늘었음에도 왜 관행이 바뀌지 않을까요?

그 부분에 대해 증권사와 정부, 기업과 소비자가 다같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 기본적인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2. 목표가 괴리율, 어떻게 볼 것인가?

금감원의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증권사 목표가가 그동안 다소 과도하게 높게 측정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성장주의 매출과 이익, 그리고 이제 막 성장기에 도달한 기업과 안정기에 들어선, 혹은 쇠퇴기에 들어선 기업들 모두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은 생각을 달리 해 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또 한가지, 증권사 보고서는 예언서가 아닙니다.

애널리스트의 목표주가 산정 방법이 다소 잘못되었거나 과대 평가되었다는 평가를 할 수는 있어도, 실제 주가와 차이 난다고 해서, 그것을 애널리스트의 평가기준, 혹은 보수 산정의 방법으로 삼는다는 것은 '과한 규제'라고 보여집니다.

정부와 규제기관의 역할은 조정자의 역할에 그쳐야 합니다.

오히려 주가 조작에 참여하거나 부정을 저지른다면, 이에 대한 사법적 제재의 수준을 더 높이는 것 (징벌적 손해 배상과 형량 인상 등)이 사법당국과 규제기관의 역할이 아닐까요?

3. 보고서는 쓸모 없다?

증권사 보고서, 쓸모 없는 종이 낭비에 불과할까요? 아니라면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시장 취재만 20년 해온 저로써도 정확한 정의를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강조 드리고 싶은 것은, 투자자 개개인이 기백만원이 들어가는 비싼 블룸버그같은 외국 통신사들의 단말기를 하나 하나 보면서 기업 분석하고, 트렌드를 알고, 뉴스 가치를 스스로 분석하는 것이 힘들다면, 증권사 보고서는 충분히 효용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투자자라면, 증권사 보고서의 목표가가 아닌 목표가를 산정한 이유, 즉 이익의 숫자가 조정되는 근거와 이유를 보시기 바랍니다.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자료 - 물론, 결론이 있기 때문에 활용되는 자료는 결론을 뒷받침 하기 위한 것이기는 합니다 - 는 아주 소중합니다.

인터넷에 수많은 정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정보들을 스스로 가치 판단하고 정리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겐, 증권사 리포트가 좋은 방향타, 나침반이 됩니다.

우리도 알고 있죠. 나침반이 정확한 지점까지 알려주진 않습니다. 방향을 제시할 뿐입니다.

GPS까지 갖춘 네비게이션, 적어도 제가 아는 한, 주식시장에는 없습니다. 이렇게 말해보죠. 아무것도 없이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보다 나침반이라도 있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목표가를 맞추지 못한다는 단순 프레임에 갖혀, 각종 규제와 어려움 속에서도, 땀흘리면서 양질의 정보 제공을 위해 노력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노고, 단순 수치로 폄하하는 일은 너무 가혹해 보입니다.

* 인포스탁데일리와 필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증권사로부터 압력이나 의견없이 자신의 시선으로 만 본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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