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중국 경제에는 겨울이 온다는 데 한국에는 봄날이 올까
[칼럼]중국 경제에는 겨울이 온다는 데 한국에는 봄날이 올까
  • 우기훈 논설전문위원
  • 승인 2019.01.14 08:38
  • 최종수정 2019.05.13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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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픽사베이
중국. 사진= 픽사베이

[인포스탁데일리=우기훈 논설전문위원] 올해 초 상해에 있는 지인이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의 1월 2일자 기사를 링크해 보내왔다. 기사에 따르면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Baidu)사의 회장 리옌호는 새해 업무 시작 날에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경제가 저속 성장으로 전환됨에 따라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라고 썼다는 것이다.

또 그는 “경제 구조조정의 여파는 모든 기업에게 현실적이고 겨울처럼 차갑게 다가 올 것이다.”라는 말도 덧 붙였다. 이 서한의 목적은 변화하는 환경에서의 바이두 책임과 기회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필자는 “겨울”이라는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예전에 미국이 재채기 만해도 우리나라는 독감에 걸린다는 표현이 있었다. 지금은 우리나라 수출의 26%를 받아들이고 있는 중국에 겨울이 온다면 우리 경제는 빙하기(氷河期)에 들어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대표적인 기업인이 표현한 중국 경제의 겨울이 왜 온다는 것일까. 리옌호 회장은 중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가는 와중에 미중 무역 분쟁이 이를 가속화시키고 있고 결과적으로 기술 산업에서 고용 동결과 일자리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분석과 관련하여서는 지난해 12월 18일에 코트라(KOTRA)가 북경에서 개최한 비즈니스 포럼에서 중국 사회 과학원이 발표한 내용을 다시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2019년 중국경제와 시장전망에 대한 발표자로 나선 탕둬둬 중국사회과학원 거시경제 연구원 부주임은 중국 경제가 심각한 하강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실물경제는 한번 가라앉아 반등할 줄 모르는 L자 성장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금융 시장은 참담하다고 까지 표현했다. 그리고 2019년은 2008년 이후 가장 비관적인 한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요약했다. 우선 사업 환경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이는 세금과 사회 보험료 부담이 가중된 데다가 그리고 환경 보호 감독과 검사가 강화되고 자본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미중 무역 전쟁이 비록 아직까지는 통제 가능하다고는 하나 자본 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도 경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이번 경기 하강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금융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 감축)으로 들었다. 그 동안 중국의 비(非) 제도권 금융 즉 그림자 금융의 팽창은 중국 경제의 첫 번째 위험으로 지목되어 왔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부채 감축을 지속해서 추진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러한 정책 기조는 2~3년 안에 끝나지 않고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 봤다.

그런데 필자는 중국 경제의 하강국면에 대한 인식은 중국 최고경영자(CEO)들, 관료들 사이에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오 또한 비슷하다.

화웨이 동사장 궈핑은 “고난이 클수록 영광도 크다.”는 말로 직원들을 독려에 나서고 있으며 알리바바 마윈 회장도 “기업들의 90% 이상이 거시 경제 탓을 하고 있지만 망한 기업 90%는 거시 경제와 관계없이 망했다. 경제 탓 하지 말라.”고 언급하며 직원들에게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촉구하고 있다.

관료들도 마찬가지로 중국 정협(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 부주임 류스진은 지금까지 중국경제는 “높은 산 오르기”였지만 앞으로는 “웅덩 메꾸기”에 동력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말하자면 중국의 분위기는 정부와 기업 가릴 것 없이 지금의 상황을 경제위기로 인식하는 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이에 따른 해법도 나름대로 내 놓고 있다. “AI은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지녔고 원가 절감과 효율성 향상, 그리고 기회를 줄 것이다.”(바이두 회장), “효율과 분배가 중요하다”(류스진 부주임), “중국 경제의 기회는 시장화, 내수시장, 디지털화에 있다.”(알리바바 마윈회장), “중국 경제 성장의 관건은 첨단 제조업 발전에 있다.”(경제학자 랑센핑)등으로 각기 효율과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중국 관료들과 기업인들이 경기하강 국면을 대하는 태도와 분위기 보면서 자연스레 우리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의 경우 경기에 대한 인식과 체감 강도가 개인별로 정치권별로 너무 다르고 여기에 커다란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경제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한 나머지 정치권별로 전혀 동떨어진 상황 인식과 진단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여러 경제지표의 하락에 불구하고 “경제 위기론은 오염된 보도의 산물”이라는 취지의 유명 논객 발언도 나왔다.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면 해결책도 없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냉정하게 연구하고 토론해서 경제 위기의 실체부터 같이 인식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되리라고 본다.

 

우기훈 논설전문위원 kihoon.w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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