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주를 찾는다] LG이노텍의 내년이 올해보다 더 기대되는 이유
[가치주를 찾는다] LG이노텍의 내년이 올해보다 더 기대되는 이유
  • 성동규 기자
  • 승인 2018.12.13 11:07
  • 최종수정 2018.12.27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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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의 우상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 ‘가치투자의 신’으로 불린 데는 그만이 가진 ‘안목’ 때문이다. 하지만 큰 틀에서는 보면 워런 버핏의 가치투자는 의외로 간단하다. 수많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안목보다는 ‘믿음’을 먼저 내세우고 강조한다. 장기적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투자하는 것이 그의 투자 방식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워런 버핏처럼 가치투자를 집중하기 쉽지 않다. 시장과 기업에 대한 믿음보다는 불안한 경제와 기업의 정보 부족으로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찾지 못한 영향이 큰 탓이다.

<인포스탁데일리>가 <인포스탁리서치센터>와 함께 연중기획으로 마련한 ‘가치주를 찾는다’도 이런 의도에서 출발했다. 투자자들에게 장기적 안목을 제시하고 성장·발전 가능성이 큰 기업을 찾아 숨겨진 ‘보석’을 제시하자는 것이 기획의 목적이다. <편집자주>

[인포스탁데일리=성동규 기자] 노이무공. 장자 ‘천운편’에 나오는 말이다. 이 사자성어가 LG이노텍의 현재를 가장 잘 표현하지 않을까 싶다. 의미를 들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갖은 애를 썼으나 보람이 없다는 뜻으로 아이폰 판매 부진에 직격탄을 맞은 LG이노텍의 상황과 비슷하다.

LG이노텍 연간 매출의 절반가량이 아이폰 제조사인 애플에서 발생하는 탓이다. 아이폰 판매량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올해 4분기 사상 최대실적을 예상하던 증권사들은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 상반기까지 LG이노텍의 실적 부진이 이어질 거라는 우울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LG이노텍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카메라 모듈 기술은 변한 게 없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올해 찾아온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LG이노텍을 관통하는 사자성어가 내년에는 전화위복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 반세기 역사 자랑하는 LG 이노텍

LG이노텍의 모태는 1970년 LG가 일본 알프스전기와 합작 투자를 통해 탄생시킨 국내 최초의 종합 전자부품회사 금성알프스전자다. LG전자의 TV 핵심부품 등을 생산하며 꾸준히 성장한 LG이노텍은 현재의 사명을 얻게 된 2000년대에 들어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2004년 시스템 사업부(방산사업)를 매각한 이후 사업구조 고도화를 통해 모바일 카메라 모듈, 디스플레이 부품, 차량 전장부품, 반도체 기판 등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05년 카메라 모듈사업 진출 1년 만에 세계 최소형 자동 초점 200만 화소 카메라 모듈을 개발했다.

같은 해 폴란드 법인을 설립해 유럽 시장 공략 거점을 마련했다. 2007년 차량용 제동모터(ABS Motor)를 생산하며 차량 전장부품사업을 본격화했다. 이듬해 세계 최초로 차량용 토크앵글센서를 개발해 세계 수준의 차량전장부품 기술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연평균 30%대 급성장(2001년 기점)을 이어가던 LG이노텍은 2008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입성했다. LG마이크론을 2009년 흡수 합병해 사업 영역이 디스플레이·반도체 기판소재 분야로도 넓어졌다.

점차 기술력이 축적되면서 LG이노텍이 생산하는 제품들에 세계 최초 또는 일류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2011년 모바일 기기용 카메라 모듈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2012년 세계 최초로 커버유리 완전일체형 터치스크린 패널(G2 TSP) 양산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로 희토류 프리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용 모터를 2014년 개발해 차세대 차량 전장부품 기술력을 입증했으며, 반도체 기판사업에서 다층 코어리스기판이 세계 일류 상품으로 선정됐다.

2015년 세계 최초로 조리개값 F1.8 1600만화소 OIS 카메라 모듈을 양산했다. 이 밖에도 일일이 언급하기 어려울 만큼 우수한 제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LG이노텍의 기술 진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세계 카메라 모듈 시장에서의 독보적 지위

LG이노텍의 기술력이 집대성된 제품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카메라 모듈이 가장 먼저 언급될 것이다. LG이노텍의 내년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카메라 모듈 사업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메라 모듈 산업은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산업군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중저가 스마트폰도 하드웨어 성능의 상향 평준화에 따라 고성능·고화소 카메라 모듈을 장착하는 데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대세가 듀얼에서 트리플로 변화하면서 LG이노텍의 수혜가 예상돼서다.

더욱이 스마트 가전 등 새롭게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나는 것도 긍정적이다. 이는 증권가에서도 이견이 없다. DB금융투자는 내년 카메라 모듈을 포함한 광학솔루션 매출 전망을 6조8440억원으로 추정했다.

전망치 대로라면 올해(5조2690)와 비교해 29.8%, 2016년(4조6790)보다는 무려 46.2%나 매출이 늘어나는 셈이다. 다른 증권사를 보면 하나금융투자가 5조2626억원에서 6조1757억원으로, 현대차증권은 5조3130억원에서 6조5억원으로 각각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들은 내년 이후에도 실적 개선이 이어질 거라는 분석을 내놨다. 오는 2020년 5세대 통신이 세계 시장에서 상용화되면 증강현실(AR)용 카메라 모듈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의 카메라 모듈 시장 점유율은 지속해서 상승 중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6년 14.5%던 시장 점유율(LG이노텍 자체 추산)은 지난해 18.2%로 올랐고 올해 3분기 기준으로는 20.8%를 기록했다. 수요 증가에 따라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 사업별 실적 전망. 자료=DB금융투자

◆ 성장세 괄목할만한 수준인 ADAS 사업 분야 

LG이노텍은 LG그룹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적극 육성 중인 자동차 사업 부문에서도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카메라 모듈과 전기차용 파워 부품 판매 실적이 크게 늘었다.

올해 3분기 전장부품사업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3% 늘어난 약 2400억원이다. 지난달 국내 최초로 LTE 기술 기반 차량용 통신부품을 개발하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전장부품의 수주잔고는 11조7000억원으로 성장 기반을 마련한 상태다.

최근 LG전자가 벤츠·BMW·아우디 같은 독일 프리미엄 메이커에 제품을 공급하는 오스트리아 램프회사인 ZKW 인수함에 따라 LG이노텍은 LED 센서와 이와 연계한 ADAS 부품 매출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

이에 따라 전장부품사업 매출이 내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게 증권사들의 중론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시점이 오면 광학솔루션과 같이 매출 성장세가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의 또 다른 사업 분야인 기판소재사업도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 3분기 2915억원의 매출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증가했다. 고해상도 모바일 디스플레이의 투메탈 칩온필름과 반도체 기판 등 스마트폰 부품에서 탄탄한 실적을 거뒀다.

기판소재 사업은 정보통신(IT)과 디스플레이, 반도체 시장과 함께 성장할 잠재력을 지녔다. 특히 디스플레이 핵심부품인 테이프 서브 스트레이트와 포토마스크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LG이노텍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LED 사업은 최근 사업구조 효율화를 통해 저수익 제품 규모를 줄이고 눈이 편안한 기능성(Eye Pleasing) LED, 식물 생장용 LED, 살균·항균 기능을 하는 위생조명 LED 등 경쟁력 있는 제품군을 확보해 가고 있다.

자료=현대차증권

◆ LG이노텍 주가 바닥 찍고 반등 기대 

LG이노텍의 주가는 12일 종가 기준으로 9만3400원이다. 지난 11일에는 장중 9만700원까지 떨어져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증권가에서는 9만원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날 LG이노텍의 주가순자산비율(PEB)은 1.13배로 연간 적자를 기록한 지난 2011년을 제외하면 역사적 저점 수준이다. 최근 주가의 흐름은 LG이노텍이 최대 고객사 애플의 실적과 주가 부진에 악영향을 받은 탓이다.

그러나 증권 전문가들은 위기가 곧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악재가 절정을 지나고 있다”면서 “올해 12월에서 내년 1월 사이가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인한 주가 반영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분위기 반전을 점쳤다. 김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당분간 매수를 추천하기 어렵지만 현재 주가는 실적 하향분을 반영하고 있어 추가적인 주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에는 광학솔루션 부문의 매출이 증가해 좋은 실적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사업구조 변화에 대한 조언도 있었다. 스마트폰 업황과 아이폰 판매량에 좌우되는 LG이노텍 매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특정 업체에 지나치게 편중된 현재 사업구조에 대한 변화를 준다면 실적에 대한 악영향을 줄 일 수 있다”면서 “거래선이 확대되면 성장세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동규 기자 dongkuri@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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