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KAI의 스페인 훈련기 수주 쉽지 않아 보이네요”
[현장에서] “KAI의 스페인 훈련기 수주 쉽지 않아 보이네요”
  • 성동규 기자
  • 승인 2018.11.08 09:19
  • 최종수정 2018.11.19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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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1 초등훈련기. 사진=KAI 제공
KT-1 초등훈련기. 사진=KAI

[인포스탁데일리=성동규 기자] “스페인이 거래 방식을 변경하지 않는 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수주는 쉽지 않아 보이네요.”

방산업계 한 관계자의 전망은 매우 비관적이었다. 최근 스페인이 우리 군에 에어버스사의 A400M 수송기와 KT-1 기본훈련기와 T-50 고등훈련기의 ‘스와프 딜’(swap deal·교환거래)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KAI의 유럽 수출 길이 열릴 거라는 기대감이 단번에 꺾였다.

올해 들어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추락사고와 미 공군 고등훈련기(APT) 사업 수주 실패, 한국형전투기(KF-X) 개발 난항 등 여러 악재가 불거지면서 곤두박질쳤던 KAI의 주가를 반등할 원동력이 사실상 이번 교환거래밖에 없어 보였던 탓이다.

방산업계 관계자의 설명은 이랬다. 교환거래를 위해선 우리 공군이 A400M 수송기 4대를 구매해야 하는데 이 절차가 매우 복잡해 도입 사업을 아무리 빨리 진행해도 최소 2~3년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했다.

T-50. 사진=공군 제공
T-50. 사진=공군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북한 해안포 격파하기 위해 군에서 이례적으로 긴급하게 실전 배치했던 지대지 유도무기 ‘스파이크’ 미사일도 2년여의 시간이 필요했던 과거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군에서 무기를 도입하려면 거쳐야 할 절차가 많다. 육·해·공군 등 각 군의 소요제기, 합동참모부의 소요확정,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선행연구,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의결, 국방연구원(KIDA)의 사업타당성 검토, 예산 반영 등이다.

특히 예산은 적고 추진할 사업은 많다 보니, 육·해·공군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이를 조율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제일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공군의 수송기 도입 사업은 아직 합참의 소요확정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라고 방산업계 관계자는 강조했다.

우리 공군도 절차 등을 고려해 수송기 도입 시기를 2022년 즈음으로 보고 있다. 우리 군으로서는 수송기 도입 사업을 급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스페인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A-400M 수송기. 사진=에어버스
A-400M 수송기. 사진=에어버스

스페인 공군은 T-35C 초등훈련기를 30년 넘게 운용하고 있어 교체가 시급 한데다가, 일정 기간 이상 A400M 수송기를 판매하지 못하면 에어버스사에 1대당 2000만 유로(약 256억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앞서 스페인 국방부가 에어버스사에 A400M 수송기 27대를 주문했으나 이 중 13대 도입을 포기하면서 이를 다른 나라에 판매하기로 협의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방산업계 관계자는 스페인이 교환거래를 위해 수년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우리 공군 내부에서도 교환거래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공군의 한 고위간부는 스페인은 KAI의 훈련기가 우리 공군에는 A400M 수송기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같은 거래가 성사되면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의 무기 거래 시 교환거래를 제안하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어서다. 특히 외교적 마찰을 피하려다 우리 군에 불리한 조건으로 거래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성동규 기자 dongkuri@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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