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국민연금 생애주기투자 전략이 필요한 이유
[칼럼]국민연금 생애주기투자 전략이 필요한 이유
  • 박희운 인포스탁데일리 자문위원
  • 승인 2018.10.24 14:38
  • 최종수정 2018.10.24 14: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입자별 연령별 인적자산과 재무적 자산을 감안한 전략 갖춰야
연령별 분포 18~60세까지 다양해 하지만 연금 포트폴리오는 단편적

[박희운 인포스탁데일리 자문위원] 사람들에게 “당신의 개인자산은 얼마나 됩니까” 라는 질문을 하면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과 같은 유동 자산등의 재무적자산(금융자산: Financial Capital)만을 국한해서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 개인 부(富)의 주요 구성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 시간으로부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잠재력이다.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개인의 "인적자산(Human Capital)"이라고 한다. 젊었을 때 우리의 주된 자산은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수입을 창출 할 수 있는 잠재력이다.

우리가 일을 시작한 초기 재무적자산의 가치는 인적자산의 가치에 비해 현저히 낮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적 자산의 가치는 감소하고 재무적 자산의 가치는 증가한다.

때때로 인적자산의 가치는 재무적인 투자의 위험보다 훨씬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실업의 가능성, 소득의 불안정성, 재해, 사망 등"으로 노동을 지속할 수 없는 가능성은 소득 창출에 악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인적 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국민연금은 지금까지 연금 투자 포트폴리오의 자산배분 시, 주어진 변동성(위험)하에서 연금가입자의 수익을 극대화하거나 주어진 수익률 목표 하에서 변동성(위험)을 최소화하는 '최적의'자산배분 조합을 결정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무적 관점에서 볼 때, 연금가입자의 삶은 ①성장 및 훈련 단계 ②부의 축적단계 ③은퇴 단계를 3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국민연금은 자산배분 시, 가입자의 인적자산 요소나 가입자의 삶의 단계요소를 아직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국민연금도 투자 포트폴리오의 자산배분 시, 투자자산의 위험 이외에도 연금가입자의 인적자산요소도 고려해 볼 시기가 됐다.

[그림1-1] 생애주기에 따른 인간의 인적자산과 재무적 자산의 변화
[그림1-1] 생애주기에 따른 인간의 인적자산과 재무적 자산의 변화

◆2000만명 가입자 생애주기별로 투자해야

국민연금이 처음 시작되던 1988년, 국민연금가입자는 대부분이 직장 근로자였지만 지금은 가입자 종별로는 직장, 지역, 임의 가입자가 포함됐고 가입자들의 직업, 연령, 소득수준 등 다양화됐다.

2017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가입자와 현재 연금 수령자를 합쳐 약 2100만명으로 집계된다. 소득이 없는 18세 이하의 인구를 제외하면 전 국민의 약 50%가 가입자다.

가입자들의 연령별 분포는 18세부터 60세 이상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1)는 가입자들의 연령, 직업에 따라 투자성향(기대수익률과 위험부담 수준)이 달라지는 요소를 반영하지 않고 가입자 전체의 투자성향이 동일하다고 가정하고 평균 1인 가입자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있다.

물론, 국민연금이 2000만명이 넘는 개개인 가입자의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을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  하지만 적어도 가입자들의 투자성향을 3~5단계(만약 3단계라면, 위험추구형, 위험중립형, 위험회피형)로 구분해 3단계 투자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특히 연금가입자의 투자성향을 연령별로 일반화하기는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에 이른바 생애주기투자(Lifecycle Investing)를 국민연금의 투자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1)일부 해외연기금에서는 이미 가입자의 투자성향 따라, 다른 목표수익률과 다른 자산배분을 통한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가입자가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선택하게 하는 곳도 있다.  

[그림1-2] 국민연금 가입자 및 수령자의 연령별 분포. 자료: 국민연금
[그림1-2] 국민연금 가입자 및 수령자의 연령별 분포. 자료: 국민연금

일반적으로 젊은 연금가입자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재무자산: Financial Capital)은 적지만 미래에 획득 가능한 각종 소득(인적자산: Human Capital)은 많다. 따라서 일시적인 투자손실을 보게 되더라도 가치가 큰 인적자산으로 상쇄가 가능하다.

하지만, 은퇴가 가까워진 연금가입자는 쌓아 놓은 자산은 많아도 줄어든 인적자산을 통해 재무자산의 손실을 상쇄하기 어렵다.

그래서 젊은 가입자일수록 수익률의 변동성은 높은 대신 장기 기대수익률이 높은 자산 (성장자산: 상장주식, 비상장주식)의 비중을 높여 투자하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장기 기대수익률은 낮은 대신 수익률의 변동성이 적은 자산(Income자산: 채권, 각종 인플레이션 방어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림1-3]은 필자가 개발한 생애주기투자 모델 중, 위험 중립형 투자가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국민연금의 연령별 가입자를 대상으로 적용한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연금가입자 근로소득(인적자산으로 인한 소득창출)의 연령별 정점이 선진국에 비해 빠른 시기(국민연금 가입자의 임금 정점 30~34세, 선진국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오기 때문에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위험중립을 가정하더라도 젊은 가입자일수록 성장자산(변동성자산)의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림1-3] 가입자의 인적자산과 재무적 자산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그림1-3] 가입자의 인적자산과 재무적 자산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그림1-4] 가입자의 연령별, 은퇴시기별 투자성향을 고려한 Glide Path전략 포트폴리오의 구성
[그림1-4] 가입자의 연령별, 은퇴시기별 투자성향을 고려한 Glide Path전략 포트폴리오의 구성

이를 국민연금의 각 연령대별(연금수령시기별)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후, 각 포트폴리오에 연령별 가입자 수를 가중하면, [그림 1-4]처럼 성장자산 66%, Income자산 24%, 인플레이션 헷지자산 9%, 현금 1%의 연금가입자의 생애주기를 반영한 이른바 연금 평균 포트폴리오의 구성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표 1-1] 지난30년 국민연금, 생애주기투자, 각 자산의 5년 평균투자수익률과 수익률 변동성. 자료: 국민연금, 각종 글로벌 Index, ETF
[표 1-1] 지난30년 국민연금, 생애주기투자, 각 자산의 5년 평균투자수익률과 수익률 변동성. 자료: 국민연금, 각종 글로벌 Index, ETF

[표 1-1]은 지난 30년간, 중립형 투자성향을 가정한 생애주기투자 포트폴리오(그림 1-3과 1-4를 통해 구성한 위험중립형 연금가입자를 위한 생애주기투자 포트폴리오), 각 글로벌 자산, 국민연금 투자수익률과 수익률의 변동성을 5년 단위로 나누어 계산한 수익률이다.

30년 누적수익률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는 약 1100%(각 5년 투자 시 연평균 수익률 8.4%)의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반해 글로벌 생애주기투자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약 3100%(각 5년 투자 시 연평균 수익률 12.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각 5년 투자 수익률 기준으로는 생애주기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에 비해 대부분의 경우(1998-2002년 제외) 현저하게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

한편, 5년 투자 시 수익률의 순위 측면에서도, 생애주기투자 포트폴리오는 해당기간의 중순위의 수익률은 기록한 반면,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대부분의 투자기간에 걸쳐 중하위의 순위에 위치하고 있다.

물론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은 2.8%(생애주기투자 7.7%)로 최상위권에 해당한다. 즉,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는 수익률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수익률은 포기한 샘이 되는 것이다(단기적인 수익률의 변동성을 우려해서 돈을 금고에 보관하는 것과 같은 결과).

위의 [표 1-1]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적절한 수익률 변동성을 부담하는 수준에서도 글로벌 분산투자와 생애주기투자 전략을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국민연금도 이제는 가입자들의 연령별 투자성향을 고려한 생애주기투자전략을 고민해 볼 시점에 되었다고 생각한다.

◆ 스마트 베타(Smart Beta)투자 전략의 도입이 필요.
시가총액 비중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 않는 모든 투자전략을 스마트 베타 투자 전략이라 한다. 2000년대 이후 현대금융시장의 투자전략에 있어서 가장 핵심 이슈는 이 스마트 베타의 활용이다.

스마트 베타 투자전략은 금융투자에 있어서 패시브와 액티브 투자전략의 이점을 활용한 전략으로, 2003년 첫 Smart Beta ETF인 Invesco S&P 500 Equal Weight ETF가 출시된 이후 이 전략의 사용이 용이해지자 2017년 말 기준으로 1조USD를 넘어서는 규모로 성장했다.

스마트 베타는 시가총액 비중에 따라 지수(Index)를 구성해서 그 비중에 따라 투자하는 전통적인 패시브(Passive)투자 전략과 달리, 지수 내 개별기업의 비중을 기업의 규모(Size Factor), 기업의 가치(Value Factor), 높은 ROE, 낮은 부채비율, 안정적인 이익 성장률(Quality Factor), 높은 주가 상승률, 낮은 수익률 변동성(Momentum Factor)등의 Factor를 이용해 구성하고 이렇게 형성된 지수에 따라 투자하는 전략이다.

우리에게 전설적인 투자가로 익숙한, Graham과 Buffett의 가치투자전략도 넓은 의미에서는 스마트 베타 전략을 이용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고 할 수 있다. 스마트 베타 투자전략의 목표는 시가 총액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인덱싱(Indexing) 방법보다는 높은 수익률과 낮은 수익률 변동성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림 1-5] Smart Beta전략을 통해 변동성 대비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다.
[그림 1-5] Smart Beta전략을 통해 변동성 대비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다.

[그림1-5]는 23년간(1995~2017년) MSCI 선진국의 시가총액 비중 방식의 지수와 대표적인 스마트 베타 지수의 원화 수익률과 수익률의 변동성의 나타낸 것이다.

누적수익률 기준으로 시가총액 방식 지수의 수익률은 774%(연평균 9.3%), Quality가중방식의 수익률은 1506%(연평균 12.5%), 수익률의 변동성 측면에서도 시가총액비중 방식의 수익률 변동성은 같은 기간 14.8%(수익률 변동성 1%당 0.63%수익률)인데 비해, Quality 가중방식의 수익률 변동성은 14.7%(수익률 변동성 1%당 0.85%수익률)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 베타에 의한 투자전략은 단기(3-4년) 수익률 측면에서 시가총액 비중 방식에 비해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률을 높이고, 변동성을 낮출 수 있는 투자전략이다. 또한, 최근에는 ETF시장의 발달로 인해 다양한 스마트 베타 전략을 사용하는 ETF들이 양산되고 있으며,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펀드에서도 투자할 수 있을 만큼의 유동성도 충분히 확보된 스마트 베타 ETF가 많다.

물론, 국민연금은 일부 주식투자를 외부에 위탁하면서, 가치, 중소형, ESG(사회적 책임투자: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등에 배정하면서, 일종의 스마트 베타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적극적인 스마트 베타 전략의 투자라 볼 수 없으며 이런 투자전략이 국내 주식투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한국시장은 스마트 베타 전략이 지수의 재구성(Rebalancing)비용을 감안할 경우 유용한 투자자전략임을 입증하는 증거가 약한 시장이다.

따라서, 펀드의 만기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국민연금과 같은 장기펀드에서는, 국내시장 보다 오히려 해외투자 시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만한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

박희운 인포스탁데일리 자문위원
전) 삼성자산운용 자산배분전략센터장
전) 삼성자산운용리서치 센터장
전) 과학기술인공제회 투자심사위원
전)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