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주를 찾는다] ①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온 ‘인바디’
[가치주를 찾는다] ①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온 ‘인바디’
  • 성동규 기자
  • 승인 2018.10.10 09:22
  • 최종수정 2018.10.22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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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의 우상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 ‘가치투자의 신’으로 불린 데는 그만이 가진 ‘안목’ 때문이다.

하지만 큰 틀에서는 보면 워런 버핏의 가치투자는 의외로 간단하다. 수많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안목보다는 ‘믿음’을 먼저 내세우고 강조한다. 장기적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투자하는 것이 그의 투자 방식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워런 버핏처럼 가치투자를 집중하기 쉽지 않다. 시장과 기업에 대한 믿음보다는 불안한 경제와 기업의 정보 부족으로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찾지 못한 영향이 큰 탓이다.

<인포스탁데일리>가 <인포스탁리서치센터>와 함께 연중기획으로 마련한 ‘가치주를 찾는다’도 이런 의도에서 출발했다. 투자자들에게 장기적 안목을 제시하고 성장·발전 가능성이 큰 기업을 찾아 숨겨진 ‘보석’을 제시하자는 것이 기획의 목적이다.

본지는 네 번째 옥석 기업으로 인바디를 선정했다. 최근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인바디의 잠재력은 여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내보다 외국에서 인정받는 기업 인바디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편집자주>

[인포스탁데일리=성동규 기자] “인바디 측정해 볼까요.”

건강을 위해 피트니스센터를 찾은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트레이너가 개개인의 체질과 특성에 맞는 운동방법을 추천하려면 우선 체성분을 분석해야 해서다.

인바디라 불리는 기계 위에 올라 양손으로 막대 모양의 손잡이를 잡고 있으면 체중은 물론이고 신체 부위별 근육량과 내장 지방량까지 내 몸의 정보가 속속들이 측정된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으며 힘이 드는 것도 아니다.

이 신통방통한 장비가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바디는 세계 최초로 체성분 분석기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간단한 방법으로 체성분을 분석하는 기술의 알고리즘을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다. 

◇ 공학자의 길에서 사업가로 변모

인바디의 창업자인 차기철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KAIST에서 기계공학 석사 학위를, 미국 유타대에서 생체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차 대표는 유타대 박사과정 시절인 1991년, 인체에 전기를 흘려보내 측정한 수분량을 토대로 체성분을 측정하는 ‘생체전기저항분석법(BIA·Bioelectrical Impedance Analysis)’을 우연히 접하게 됐다.

BIA는 수분량에 따라 전기저항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활용해 인체에 미세 교류 전류를 흘려보내 저항(Impedance)을 측정함으로써 인체 구성성분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차 대표는 BIA 관련 연구 논문에서 한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 

당시 대부분 연구자는 BIA 연구를 위해 미국 ‘RJL’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체성분 분석기를 활용해 얻은 결과치를 논문에 활용했다. 

이 기계는 사람을 눕혀 놓고 한쪽 손과 발등에 전극을 붙여 전류를 흘려보내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하면 사람 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몸통을 직접 측정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차 대표 자신이 훨씬 더 나은 기계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했다고 한다. 그가 창업을 결심한 계기다. 이를 위해 차 대표는 하버드 의대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으며 체성분 분석과 관련한 수많은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성공을 예감하고 차 대표는 1995년 1월 한국으로 돌아왔으나 사업을 시작하는 건 그리 녹록지 않았다. 당시 생소한 기술이던 체성분분석기술은 주류 산업계에서 외면당했다. 

투자를 받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차 대표는 어머니가 전셋집을 구하라고 마련한 2000만원을 종잣돈 삼아 서울 삼성동의 한 지하창고에서 직원 4명과 소박하게 인바디를 시작했다.

◇ 한 번도 성장세 멈춘적 없는 ‘인바디’ 

차 대표는 1년 2개월의 시행착오 끝에 1996년 인바디 1호 체성분 분석기를 시장에 내놓는 데 성공했다. 첫 제품인 ‘InBody2.0’의 대당 가격은 무려 1800만원으로 책정됐다. 당시 일본 타니타 제품 가격이 600만∼700만 원선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가격이었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다고 해도 대당 2000만 원에 육박하는 장비를 중소기업에서 팔기란 쉽지 않았다. 인바디는 이에 따라 한방병원을 우선 판매처로 삼았다. 양방병원보다 한방병원에서 ‘정량적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수요가 훨씬 클 거라는 판단이었다.

전략은 통했다. 한방병원에선 인바디를 활용해 환자들에게 어떤 한약재가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객관적 수치로 알려줄 수 있게 된 것. 인바디의 가치가 증명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판매고는 급증했다. 

금세 판매처도 다변화됐다. 운동 후 효과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피트니스센터에서 구매를 시작했다. 그 결과 출시 첫해 고작 10여대를 팔아 1억6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던 인바디는 지난해 93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2016년 6월에는 중소기업청이 선정하는 우수 강소기업인 ‘월드클래스 300’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인바디는 2000년대 이후 매년 20~50%씩 성장하며 매출 1000억원대를 바라보게 됐다. 

인바디는 창업 이래로 한 번도 실적이 뒷걸음질 치지 않고 지속해서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지만 혁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주력제품인 전문가용 인바디 외에도 가정용 인바디, 혈압계, 신장계 등 제품을 다변화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인바디의 주가는 실적과 비교하면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 올해 상반기 불거진 제약·바이오주 약세의 유탄을 맞았다. 현재 주가는 2만원대 수준이다. 6개월여 만에 주가가 반 토막 난 셈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여전히 인바디의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된다. 신민석 인포스탁 리서치센터장은 “인바디는 독보적인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는 여전하다”며 “특히 외국에서 꾸준한 성장이 기대된다. 인바디에 성장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성동규 기자 dongkuri@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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