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민연금 자국편향 넘어서 글로벌 분산투자에 집중해야
[칼럼] 국민연금 자국편향 넘어서 글로벌 분산투자에 집중해야
  • 인포스탁데일리
  • 승인 2018.09.28 14:23
  • 최종수정 2018.09.2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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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이머징 편향투자, IT하드웨어 산업편향투자, 채권투자 자국편향 심각
글로벌 분산투자의 혜택 “사회적 책임”투자의 이득보다 커

[박희운 인포스탁데일리 자문위원] "한 바구니에 모든 달걀을 담지 마십시오"로 대변되는 현대 포트폴리오 분산투자이론에 따르면, 가능한 한 충분하게 분산투자를 하라는 의미로 여기에서 분산투자 대상은 주식, 채권, 부동산, 실물자산 등의 자산 뿐만 아니라, 투자되는 개별기업, 산업, 국가, 지역까지도 분산투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동일하게 기대되는 수익률에서 가장 안전한 포트폴리오는 글로벌 시장 포트폴리오라고 한다. 즉,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채권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6대4라고 가정한다면, 6대4의 비중으로 주식과 채권을 보유하는 것이 동일한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하면서, 가장 안전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는 것이다.

이는 비단 주식과 채권의 보유비중 뿐만 아니다. 주식 포트폴리오에서도 예를 들어 한국시장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 1.6%라면 주식 포트폴리오 중 한국비중은 1.6%, 나머지 98.4%는 해외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해외투자도 투자대상 국가의 주식시장이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 분산투자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법이다.

사실 기관투자가들은 개인투자들에 비해 훨씬 금융이론과 국제 분산투자의 이점을 잘 이해하고 있고 과거와 달리 국제금융시장의 자본흐름의 장벽들도 거의 해소돼 가고 있기 때문에, 개인투자가들에 비해 국제 분산투자를 통해 많은 분산투자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계 연기금 등의 기관 투자가들은 그 추세는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자산을 자국 자산에 집중 투자(자국편향투자: Home Bias Investment)를 하고 있으며 주식, 채권, 대체를 포함한 전체 투자자산 중 70%를 국내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우리 국민연금은 그 정도면에서 아주 심한 편이다.

각국 연금 사업보고서 및 분기보고서
각국 연금 사업보고서 및 분기보고서

◆국민연금 주식포트폴리오는 극단적 홈바이어스 위험 가져
우리의 국민연금은 어느 정도의 자국편향투자를 하고 있고, 자국편향 투자는 어떤 위험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우리보다 연기금 제도가 발달한, 캐나다, 네덜란드, 노르웨이(1)는 자국편향투자를 극도로 지양하고 있는가?

자료: 각국 연금보고서, MSCI
자료: 각국 연금보고서, MSCI

위의 그림은 각국 연기금 주식투자의 자국편향 정도를 나타낸 것이다. 한국시장은 MSCI All Country World(MSCI ACWI: 세계시장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인데, 국민연금은 전체 주식투자 중 51.2%를 국내주식에 투자해 자국편향 정도는 49.6%, 미국과 캐나다의 시장 비중은 각각 53.7%, 3.1%이며 자국 주식투자 비중은 각각 44.2%, 6.2% 이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과 캐나다 연금의 자국편향투자 정도는 -9.3%와 3.1%로 계산되는데, CalPERs의 경우에는 오히려 마이너스(-)의 자국편향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1) 일반적으로, 그 나라의 연금제도의 성숙 정도는 각국의 GDP대비 연금자산의 규모로 측정하는데, 2017년말 기준 한국(47%), 일본(63%), 캐나다(108%), 미국(131%), 영국(121%), 네덜란드(194%), 노르웨이는 국부펀드(GPFG)만 270%

자료: MSCI, 한국은행
자료: MSCI, 한국은행

◆국민연금 주식 포트폴리오 46%의 이머징 편향투자
국민연금이 시작된 1988년이후 지난 30년간 한국주식시장은 각각 1997년, 2000년, 2008년에 연 수익률이 30%이상 하락한 세 번의 위기를 경험했다.

이른바 IMF 위기라 불리우는 1997년 아시아 이머징 금융위기에는 선진국 시장과 전세계 시장과 별 상관이 없는 우리만의 위기였고 원화가치가 폭락했기 때문에 원화로 환산한 수익률은 한국시장만 -30%대를 경험했고, 다른 시장의 경우에는 원화로 투자했을 경우 90%-40%의 (+)수익률을 경험했다.

2008년 미국에서 비롯된 전세계 금융위기는 전세계 주식시장에 고르게 영향을 미쳤지만, 원화가치의 하락으로 인해 정작 원화로 투자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수익률의 하락폭이 컸다.

한편, 국민연금은 49.6%의 자국편향 주식투자를 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MSCI 경제수준별 시장구분(2)을 기준으로 이머징 시장에 속한다.

따라서 현재 국민연금 주식투자 포트폴리오는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6%내외인 이머징 시장에 53%의 주식투자를 하는 47%의 이머징 시장 편향투자(선진시장의 비중을 축소해서, 이머징 시장에 투자)를 하는 포트폴리오가 된다. 결국 우리 연금가입자들은 이머징 시장의 위기 뉴스 때 마다, 가슴을 졸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2)MSCI지수는 한국시장을 이머징시 장으로 구분하고, FTSE지수는 한국시장을 선진시장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전세계 기관투자가 중 80%이상이 MSCI지수를 벤치마크 지수로 사용한다.

자료: 국민연금, MSCI
자료: 국민연금, MSCI

◆극단적인 IT하드웨어 산업편향투자 심각
'IT버블 붕괴'로 표현되는 2000년 한국주식시장이 다른 주식시장에 비해 타격을 많이 받은 이유는 2000년 미국시장에서 산업별 비중이 고르게 분포된 S&P 500지수가 10%남짓 하락한데 비해 산업별비중이 IT산업에 치우친 Nasdaq지수가 39%나 하락한 경우와 같은 이유다.

한국주식시장은 그 당시 시장내 산업비중에서 IT산업비중이 극단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43.7%의 하락을 경험했다.

현재의 한국주식시장은 아직도 IT산업 비중(MSCI분류기준 한국시장의 IT비중은 42%, 전세계 시장의 IT비중은 18%)이 극단적으로 높고 국민연금의 주식 포트폴리오는 자국편향이 50%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전체 주식 포트폴리오는 IT 산업에 편향된 포트폴리오일 수밖에 없고, 지난 2000년과 같은 IT산업 주식이 폭락을 할 경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한국시장의 IT산업구조는 반도체, IT 하드웨어산업에 집중된 구조이다.

한편, 현재 세계 IT산업은 인터넷 소프트웨어 서비스 중심으로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국편향 투자로 인해 IT하드웨어산업에 경도된 국민연금의 주식 포트폴리오는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서도 멀어지는 포트폴리오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료: 국민연금, MSCI
자료: 국민연금, MSCI
자료: 국민연금, MSCI
자료: MSCI, 한국은행

◆한국주식시장 위험대비 수익률 측면서 Low Quality 시장
모든 투자자는 자신에게 친숙한 것에 대해 호감을 갖게 마련이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나 자신이 속한 경제가 다른 국가대비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기 때문에 투자가들이 자국에 집중 투자를 하고 이러한 막연히 친숙함에 대한 기대감이 자국편향(Home Bias) 투자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금융이론에서 어떤 금융자산의 퀄리티는 그 자산의 수익률 변동성(위험) 그 대비 그 자산의 수익률로 판단하는데, 한국 주식시장은 지난 30년간 연환산수익률 7%대로, 다른 시장 9-12%대의 수익률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자료: MSCI, 한국은행
자료: MSCI, 한국은행

한편, 위험의 측정치인 수익률의 변동성측면에서도 다른 시장에 비해 높은 시장이다. 즉, 한국의 주식시장은 “변동성은 높고, 수익률은 낮은” 냉정하게 말하면, 다른 주식시장에 비해 현저하게 퀄리티가 떨어지는 시장이고(지난 30년간 한국시장의 변동성 대비 수익률은 0.27(3)로 다른 시장에 비해 현저히 낮다),

국민연금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친숙한 것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자국편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혹자는 “과거는 과거이고, 앞으로 좋아질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물론, 필자도 한국주식시장이 수익률은 높아지고 변동성은 낮아지는 시장으로 변모하길 바란다. 하지만, 좀더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이미 한국경제는 고령경제로 진입했기 때문에, 날로 잠재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이고, “사회적 책임투자”같은 미시적인 수단으로 한국주식시장 수익률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3) 지난 30년 한국 주식시장 변동성 대비 수익률 0.27은 수익률 변동성 1%를 부담해서, 0.27%의 수익률을 얻었다는 의미.

◆국민연금의 채권투자 자국편향

자료: 각국 연금보고서, Bloomberg Barclays Global Aggregate Bond Index
자료: 각국 연금보고서, Bloomberg Barclays Global Aggregate Bond Index

전 세계적으로 고객의 자산을 위탁 받아 글로벌 자산배분편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나 연금자산을 운용하는 사람들에게, “왜 자국편향 투자를 하느냐고 질문을 하면, 첫째는 고객이 자국 국민이라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방어 하기위해, 둘째는 연금의 부채구조(연금회계에서는 현재, 혹은 미래 연금가입자가 수령할 금액을 부채로 인식)가 자국화폐로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대답 한다.

그러나, 수많은 금융학자들은 실증적으로 “자국편향투자(Home bias)를 해서 인플레이션방어를 통해 얻는 이득보다 글로벌 분산투자를 통해 얻는 혜택이 더 크다는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고, 앞서 언급된 연금 선진국 들에서는 이미 극도로 자국편향 투자를 줄여가고 있기 때문에 위의 “인플레이션”, “연금의 부채구조” 등의 변명도 그 설득력을 잃고 있다고 생각한다.

위의 그림은 각국 연금들의 채권자산에 대한 자국편향투자정도를 나타내고 있다. 선진연금의 채권 투자는 앞서 주식자산의 경우와는 달리 일정부분을 자국편향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는 Income자산인 자국채권을 인플레이션 방어의 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연금 및 펀드의 소비자가 자국에서 소비를 하기 때문에, 자국만의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해 일정부분의 자국편향투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선진 연기금들은 이러한 자국만의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해 부동산, 사회간접자본투자 등 대체자산과 채권자산 중 일부를 자국자산에 투자한다.

그러나, 전세계의 선진연금들 중 국민연금처럼 주식자산의 50%, 채권자산의 90%를 자국편향 투자를 하는 연금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글로벌 분산투자의 혜택 “사회적 책임”투자의 이득보다 커
한 국가에 있어서 그 나라 국민의 미래와 노후를 책임지는 연금이나 국부펀드는 그 나라의 경제, 정치적 위험과 상관없이 수익률이 유지되어야 한다.

따라서, 선진 연금이나 국부펀드들은 최대한 글로벌 분산투자이론을 따르려 하고 있고, 가능한 한 자국편향(Home Bias)투자를 줄이려 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국부펀드인 GPFG는 자국 경제와 산업이 국제유가에 연동이 돼 있고, 자국의 원유자원이 고갈될 것을 우려해, 자국에 전혀 투자를 하고 있지 않고, 캐나다와 네덜란드 연금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전체 자산의 10~20%만을 자국에 투자해, 자국경제 위험으로부터 자국의 연금자산의 수익률을 보호하기 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극단적인 자국편향 투자를 통해, 우리나라 국민의 노후를 세계 IT산업과 한국경제에 걸고 있다. 그리고,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 지분을 통해 '사회적책임투자(4)'울 시현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스튜어드십 코드'도입은 사회적 정의 시현 차원과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문제이고, 우리사회에 사회적책임 투자 문화가 좀더 일찍 도입돼, '대주주 자본주의'가 아니라 '주권 자본주의'가 좀 더 일찍 시현되었다면, 국민연금의 수익률도 개선이 되었을 것이고 우리의 삶도 조금은 나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국민연금의 수익률 및 수익률의 안정성을 기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떻게 하면, 빠른 시간내에, 장기 수익률 개선을 위한 자산배분을 할 것인가"와 "어떻게 하면 빠른 시간내에 자국편향 투자로부터 벗어나"서 "한국경제의 위험과 IT하드웨어 산업위험을 해소할 것인 가"이다. 그 다음이 사회적 정의 실현 차원의 투자다.

이 칼럼을 쓰는 기간에도, 언론으로부터 '다른 국가 연금에 비해상반기 0.9% 수익률 나름 선방',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누적수익률 높아진다', '장기 수익률로 평가', 등의 기사를 접하면서 정말 슬프기까지 하다.

저런 말을 언론에 언급하는 국민연금의 책임자들에게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 첫째, 국민연금의 5~15년 장기 수익률이 다른 연금과 비교해 형편없는 수준이다.

둘째, 자산배분측면에서 국민연금은 1~2년의 저조한 수익률이 무서워서 성장자산 투자를 꺼리는 엄청난 기회비용을 치르고 있다.

셋째, 현재 국민연금은 수익률에 있어서 글로벌 분산투자로부터 얻는 혜택과 사회적 책임투자로부터 얻는 이득을 맞바꾸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국민연금이 사회적책임 투자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편향투자를 유지하는 것).

(4) 사회적책임투자(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Investment): 투자시, 기업의 재무적성과 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같은 환경적 요소나 지배구조처럼 비재무적 성과를 고려하는 투자를 한다는 의미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대표적인 예.

박희운 인포스탁데일리 자문위원
전) 삼성자산운용 자산배분전략센터장
전) 삼성자산운용리서치 센터장
전) 과학기술인공제회 투자심사위원
전)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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