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이일호 기자] 정부가 내년 총지출 규모가 470조5000억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을 편성한 가운데, 한번 늘리면 다시 줄이기 어려운 ‘의무 지출’이 늘어나고 있어 문제시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0일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겸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팟캐스트 방송 ‘최양오의 경제토크 by 인포스탁데일리’에서 “내년 예산 가운데 의무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1.4%에 달한다”며 “해당 예산은 이미 쓸 곳이 정해져 있어 법적으로 정부가 지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시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고문은 “현 정부의 예산안은 복지예산이 해마다 급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2020년 이후 세수 증가율이 4%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관리재정수지 비율이 줄어들수록 재정 운용확대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 470조원 가운데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40조원에 달한다. 의무 지출은 법률에 정부나 지자체의 지급 의무가 명시돼 임의로 줄일 수 없는 예산으로, 국회 허락 시 매년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재량지출과 반대된다.
통상 의무 지출이 늘어난다는 것은 정부의 양극화 해소나 사회안전망 확충 등 복지 예산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경우 소위 ‘포퓰리즘’ 논란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한번 지급한 예산을 추후 줄이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세수 증가폭이 줄어들 것이 사실상 예정된 상황에서, 의무지출이 늘어날수록 세수를 탄력적으로 운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커지는 실정이다.
최 고문은 “의무 지출이 늘어나면 정부가 예산을 탄력적으로 사용할 여지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향후 예산 지출이 방만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예산을 늘리는 것을 좋지만, 정확한 국가의 철학과 정책방향을 담아서 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정 운용을 할 때는 확대재정 뿐만 아니라 감세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민간 분야에 돈을 걷지 않고 그걸 알아서 쓰도록 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번 돈을 세금으로 거둬서 국가에서 쓰는 건 시장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미래 국민들이 써야 할 소비나 투자를 당겨와서 쓰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일호 기자 atom@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