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기획 ①]기술특례상장의 명암(明暗)… 그곳엔 투자자보호는 없었다
[인포기획 ①]기술특례상장의 명암(明暗)… 그곳엔 투자자보호는 없었다
  • 최재영 선임기자
  • 승인 2018.08.29 09:02
  • 최종수정 2018.09.13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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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후 주가 부양 그리고 지분 처분 빈번
3년연속 영업손실에도 관리종목 지정되지 않아
자본은 바닥 유상증자 CB 발행에만 목메고 있어

[인포스탁데일리=최재영 선임기자] #1. 4년전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한 A사는 대주주 보호예수가 풀리는 동시에 대주주 지분을 지분을 정리했다. 투자자들의 항의도 거셌지만 A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예정대로 지분을 정리했다. 이 때문에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고 지금도 저조한 수준이다.

A사는 또 퇴직임원들이 두차례나 지분을 장내 매도하면서 주가는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

심각한 문제는 주가회복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A사는 바이오·제약 기술력을 높게 평가받았지만 시장성이 낮다는 평도 동시에 받고 있었다.

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하면서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별다른 성과도 없다. 매출도 추정치의 절반ㅇ 수준도 아닌 마이너스를 이어갔고 상장이후에도 적자기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특례제도 덕분에 거래정지나 상장폐지 같은 조치는 받지 않았다. 최근에는 연구개발 명목으로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표= 인포스탁
표= 인포스탁

올해로 14년을 맞은 기술특례상장제도가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기술특례상장 종목 가운데 적자기업은 70%에 이른다. 기술력만 인정하고 재무적 요건의 문턱을 낮추면서 낳은 결과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술력과 성장성이 우수하다면 코스닥 상장요건 충족하지 않더라도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주는 제도다. 2005년 처음 제도가 나왔고 지난 8월까지 52개 업체가 이 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다.

특히 오랜 기간 대규모 연구개발비가 들어가는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관련 기업이 가장 활발했다. 52개사 가운데 43개사가 이같은 업종이다.

한국거래소는 2015년부터 유망기술기업을 발굴한다는 취지로 특례상장 조건도 완화했다. 2005~2014년까지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은 12개사에 머물렀지만 2015년에는 12개사, 2016년에는 10개사로 크게 늘었다.

◆장미빛 전망만 내놓은 특례상장 기업

기술특례상장기업들의 최대 공통점으로 꼽으라면 하나같이 부진한 실적을 지적한다. 기술특례상장은 △시가총액 500억원(공모가 기준) △직전 매출 30억 원 △직전 평균매출증가율 20%이상 등을 충족한다면 적자기업이라도 진입을 허용하고 있다.

증권정보기업 <인포스탁>이 조사한 특례상장 주요기업 29곳 가운데 20곳은 상장 당해부터 3년간 영업이익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당초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미래 추정실적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기술특례상장사들은 상장 당시 이익이 나지 않는다. 때문에 2~3년 뒤 달성할 수 있는 추정 순이익을 통해 신주공모가를 산출한다. 2015년 11월 상장한 아이진은 지난해 396억원의 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헀지만 실제로는 92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해 코스닥에 입성한 유엔아이, 맥아이씨에스 등도 장및빛 전망과 달리 마이너스 성적을 계속 내놓았다.

상장 전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미래 실적을 부풀려 잡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줄곧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증권가에서도 일찌감치 기술특례상장기업에 대해 투자 위험도를 분류하는 등 ‘옥석 가리기’의 근거로도 쓰인다.

◆공모가 못넘고 수익률도 마이너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기술특례상장사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기준으로 기술특례상장기업 12곳에 대해 집계한 수익률은 마이너스(–)12.30%였다. 이 중 공모가를 밑도는 곳은 9곳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특례 상장사들이 느긋한 데는 제도 유연성이 한몫했다. 일반 상장사는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5년째로 이어지면 거래소가 상장폐지 검토에 착수한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이 같은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실제 2005년 입성한 A사는 2012년까지 7년 가량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관리종목에 오르지 않았다.

특례제도를 활성화한 2015년 시점에서 입성한 기업들 절반 이상이 3년 연속(상장 당해연도 포함)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향후 1~2년간 적자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기술특례상장사들의 고평가 논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술성장기업이 사실상 외부규제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 스스로 예상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기록해도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 점유율과 이에 따른 매출 예측은 전적으로 발행사와 상장 주관사가 결정한다. 기술력과 성장에 대해서는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평가를 거치고 한국거래소의 전문가 결정도 통과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기업가치를 과대평가 의심이 되더라도 투자 유의 등의 ‘권유’ 수준의 평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표= 인포스탁
*. 대물 변제분과 퇴임 임원 지분은 처분으로 간주하고 처분금액은 당일 종가로 계산. 표= 인포스탁

◆투자자 보호는 없다…지분 정리 빈번

투자자들이 기술특례상장사에 대해 가장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부분은 지분 정리다. 상장 이후 보호 예수가 풀리면 바로 지분 정리에 들어가는 기업이 대다수다. 대주주들의 현금화 기회로 이용되면서  주가하락으로 이어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 몫으로 돌아간다.

2016년 12월 입성해 1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신라젠은 보호예수(지배주주·경영진·특수관계인)가 풀린 2017년 12월까지 약 6300억원(710만주) 지분을 처분해 투자자들로 부터 원성을 샀다. 지분은 대부분 장내 매도했고 대물 변제분과 퇴임 임원 지분은 당일 종가 처분으로 간주해 산출한 규모다.

특히 신라젠은 올해 임직원들에게 거액의 스톡옵션을 배당해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경영성과와 별개로 스톡옵션 행사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의혹에서다.

신라젠의 한 임직원은 2016년 4000원대에 받았던 스톡옵션을 기업 주가가 10만원대까지 치솟을때 행사해 투자자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신라젠은 지난해 506억원의 적자를 냈고 주가도 하향곡선을 그리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 유상증자나 대규모 투자유치가 필요하지만, 오히려 반대 행보를 보인 것이다. 신라젠은 스톡옵션 행사에 맞춰 대거 신주를 발행해 지분가치 희석 뿐만 아니라 오버행(대량매물 출연)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런 행태를 보이는 기업은 신라젠 뿐만 아니다. 수익성이 낮은 기업들은 여전히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사모전환사채(CB) 발행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매출이 없다보니 연구개발에 들어갈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신주를 발행하고, 그 발행 물량이 기존 발행주식의 100%에 근접하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직원들의 성과라고 하지만 적자 기업이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은 오히려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라며 “기술특례기업이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투자해야 하는 종목이지만 매출이 없고 연구개발비만 지속되는 상황이 대부분이어서 기업 스스로도 더욱 투명한 경영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재영 선임기자 caelum@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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