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주도 벤처투자 실효성 떨어져… 민간 중심 구조개혁 필요”
“정부주도 벤처투자 실효성 떨어져… 민간 중심 구조개혁 필요”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8.08.02 14:18
  • 최종수정 2018.08.02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양오의 경제토크] 정부 주도 벤처투자 비판론 제기... "돈 뿌린데 비해 실적 낮아... 인식부터 바꿔야"

[인포스탁데일리=이일호 기자] 국내 벤처기업의 성장이 지지부진한 배경에 정부 주도의 잘못된 벤처사업 성장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벤처, 스타트업 시장이 민간 주도로 시장이 돌아갈 수 있도록 장기적인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다.

2일 김종효 키움증권 이데일리TV 해설위원은 팟캐스트 방송 ‘최양오의 경제토크 by 인포스탁데일리’에서 “벤처기업 투자를 정부가 운영하면 관리 측면에서 제대로 안 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로선 그 많은 투자처를 전부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자기 돈이 들어간 일이라면 제대로 하겠지만 월급 받는 공무원들로선 관리를 제대로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나서서 무작정 돈을 풀기보단 한번 실패한 뒤 재창업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지원할지, 정부 주도의 벤처투자 형태를 민간에 어떤 식으로 풀어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벤처펀드 투자 상당수는 정부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다. 모태펀드의 경우 지난해 48개 펀드에 모인 약 1조9000억원의 자금 가운데 약 8000억원은 정부가 추가경정을 통해 조성했다. 중소기업벤처부는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모태펀드를 만들어 운용사에게 맡길 계획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정부의 모험자본 지원이 선순환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모인 벤처캐피탈 신규투자금은 1조6149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정작 모태펀드 투자 집행률은 10%대에 그치는 등 관련 실적이 저조한 상황이다.

올해 들어 금융위원회가 모험자본 활성화의 목적으로 만든 코스닥벤처펀드에도 3조원 넘게 자금이 몰렸지만 펀드 조성 이후 6개월만에 코스닥 지수가 900포인트에서 700포인트대까지 떨어지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마저도 사모펀드 위주로 자금이 몰리면서 ‘부자펀드’ 비판에 휩싸인 바 있다.

김종효 위원은 “글로벌 M&A 시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우리만 창업시장을 키우긴 어렵다”며 “당장 일자리를 살리겠다는 측면에서 정책을 추진하기보단 장기적으로 스타트업이 자생할 수 있도록 구조 개혁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벤처스타트업 전문미디어 ‘아웃스탠딩’의 최용식 대표도 이날 방송에서 “벤처투자에서 재단이나 대학, 대기업, 금융기관이 투자자로 참여하는 외국과 다르게, 우리나라는 정부 돈을 벤처캐피탈이 운용하고 있는 구조”며 “정부가 돈은 많이 뿌렸지만 정작 아이디어 있는 사람들이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능한 인재가 창업을 해야 성공할텐데 한국에서 창업은 신용불량자나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많다”며 대중의 인식변화, 교육 시스템 개편 등을 벤처 개혁의 선행과제로 지목했다.

 

이일호 기자 atom@infostock.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