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4000억弗 돌파... 안정과 비용 사이 ‘딜레마’
외환보유액 4000억弗 돌파... 안정과 비용 사이 ‘딜레마’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8.07.06 15:27
  • 최종수정 2018.07.06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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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인포스탁데일리=이일호 기자] 국내 외환보유액이 처음으로 4000억 달러(약 446조원)를 돌파했다. 39억 달러까지 떨어지며 국제통화기구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던 1997년 이후 100배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세계 외환보유액 규모 9위 국가로 탈바꿈했다.

그간 외환보유는 ‘많이 할수록 좋다’고 인식돼왔다. 금융위기와 같은 대외 발 ‘파고’에 대처할 ‘방파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도한 외환보유액은 그만큼 많은 보유비용을 유발하는 만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6월 말 외환보유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화 보유액은 4003억 달러로 전월 말 대비 13억2000달러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는 유가증권이 91.9%(3679억 달러)로 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예치금(5.6%·224억2000만 달러)과 금(1.2%·47억9000만 달러), SDR(0.8%·32억6000만 달러), IMF포지션(0.5%·19억1000만 달러)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해 “지난달 달러화 강세로 기타통화가 약세를 나타냈지만, 기본적으로 외화자산 운용수익이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외환보유액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국내 외환보유액은 지난 3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연도별로 봐도 600억 달러가 줄어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연속 상승세다.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세계에서 9번째로 많다. 중국이 3조1106억 달러로 세계 1위이다. 일본이 1조2545억 달러로 2위이고, 뒤이어 스위스(8004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5066억 달러), 대만(4573억 달러), 러시아(4566억 달러), 홍콩(4322억 달러), 인도(4124억 달러), 한국, 브라질(3825억 달러) 등의 순이다.

◆외환보유액, 효율성 재고 필요성 커져

외환보유액이란 환금성이 있고 유동성과 시장성이 높은 자산으로, 통화 당국인 중앙은행과 정부가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대외 지급준비자산을 의미한다.

외환보유액은 ‘비상금’과 같아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금융위기와 같은 대규모 외화 유출 시 내부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높은 외환보유액은 국가 신임도를 높여 민간기업과 금융기관이 해외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데 비용을 낮추고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화를 과도하게 보유할 경우 생기는 문제도 있다. 우선 안정성과 유동성을 중시하는 특성상 높은 이익을 얻을 기회비용을 박탈당하게 된다.

외환보유액 가운데 91.9%를 차지하는 유가증권은 선진국 국채와 정부기관채, 우량 회사채(A등급 이상) 등에 투자된다. 이 같은 채권은 안정성과 환금성이 높은 대신 수익률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이 같은 기회비용은 곧 관련 보유비용 증가를 의미하기도 한다.

외환보유액이 높아도 기회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많은 외화보유액은 대외 신임도를 상승시켜 정부와 기업의 기업들의 외화채권 가산금리를 하락시키고, 이를 통해 이자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가신용등급이 1등급 상승하면 가산금리가 15bp(1bp=0.01%) 줄어든다. 이에 따른 연 이자비용 감소분은 약 6억 달러(약 6600억원) 수준이다.

높은 신용등급은 해외 차입 자체를 쉽게 만드는 장점도 있다. 대외 이미지 개선으로 국가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 같은 효과는 수치화시키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적정한 외환보유액’은 어느 수준일까?

외환보유액이 어느 수준까지가 적정한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진행형이다.

IMF가 2011년 발표한 ARA(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 보고서는 신흥국들을 위한 외환보유액 측정기준(EM Matrix)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계산 방식은 신흥국의 과거 자료를 통합해 취합한 일률적 기준으로, 국가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김남종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 연구위원은 ‘IMF기준을 통해 평가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적정수준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수출의존도와 금융부문의 외국인 투자 비중이 모두 높고, 북한 문제를 비롯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IMF 기준보다 외환보유액 실제 적정 수준이 높을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례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2008년 당시 외환보유액은 IMF 기준 대비 108% 수준이었으나 사후 분석결과 당시 외환보유액이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며 “우리나라의 특수성과 국가 고유위험을 고려해 외환보유액 적정 수준을 보수적으로 산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그린스펀-귀도띠 룰과(Greenspan-Guidotti rule), 국제결제은행(BIS)기준 등 외환보유액 적절성 판단 기준은 다양하다. 다만 4000억 달러 수준이면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을 넘겼다는게 대체적 평가다.

2013년부터 IMF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적정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외환보유액 적절성 규모는 3814~5721억 달러 사이다. 경상지급액과 외국인 포트폴리오 등 다양한 지표를 반영한 것으로, 한국은행도 이 같은 수치에 따라 외환보유액을 관리하고 있다.

김원태 한국은행 국제국 외환회계팀장은 “외환보유액의 효율성 재고도 중요하지만 외환보유액의 목적에 따라 자산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안전자산이 위험자산보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측면은 있지만, 유사시에 대비해 유동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측면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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