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기내식 파문 ‘예견된 참사’... 박삼구 책임론 불거지나
아시아나 기내식 파문 ‘예견된 참사’... 박삼구 책임론 불거지나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8.07.06 15:27
  • 최종수정 2018.07.06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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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시아나항공>

[인포스탁데일리=이일호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태 파장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박삼구 아시아나항공 회장(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케이터링 업체가 기존 업체에서 새로운 업체로 바뀌었고, 그 영향이 '노밀(No-meal)' 파동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박삼구 회장을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아시아나항공과 경영진의 배임과 안일한 대처로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집단소송이 제기될 조짐도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갈수록 커져가는 모양새다.

3일 현재 아시아나항공 국제 항공편은 여전히 기내식 제공에 차질을 겪고 있다. 새롭게 교체된 공급업체가 기내식을 공급하기 시작한 지난 1일 이후 벌써 사흘째다.

지난 1일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80편 중 51편이 기내식 때문에 1시간 이상 지연 출발했다. 36편은 기내식 없이 목적지로 향했다. 2일에도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75편 가운데 10편이 기내식 때문에 1시간 이상 지연 출발했다. 28편은 기내식 미탑재 상태로 이륙했다.

이번 기내식 사태의 표면적 이유는 올해 들어 바뀐 기내식 공급(케이터링) 업체의 신축공장 화재로 인한 생산 차질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케이터링 업체 교체를 둘러싼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와 하이난항공(HNA)그룹 간 수상한 거래가 깔려있다는 계 업계 시각이다.

◆ 아시아나항공의 수상한 케이터링 계약 변경

LSG스카이셰프코리아는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을 신청했다. LSG는 2003년 설립 직후부터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부 지분 80%를 양수해 15년간 전담 공급하던 업체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자회사인 LSG아시아(LSG Asia GmbH)가 전체 지분의 80%를 투자했다.

LSG는 공정위에 아시아나항공이 계약 갱신을 대가로 부당한 요구를 했다고 고발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금호홀딩스에 16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20년 무이자 조건으로 매입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사업을 수주하는 대가로 금호홀딩스에 이득을 안겨주는 것은 배임 소지가 있다.

2017년 기준 LSG의 전체 매출액은 1890억원이다. 이 가운데 67.8%에 달하는 1281억원이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발생했다. 그만큼 LSG의 아시아나항공 의존도가 높아 계약 갱신이 필수였다. 하지만 LSG는 배임 위험 때문에 금호홀딩스 BW 매입 요구를 거절했고 대신 계약금을 높여 불렀다.

LSG가 금호홀딩스 BW매입을 거부하자 아시아나항공은 케이터링 업체를 기존 LSG에서 게이트고메코리아로 바꾸게 된다. LSG측은 아시아나항공이 계약을 일방 파기했다며 양사간 임대차 계약이 완료되는 오는 2021년까지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BW는 그룹 대 그룹 간 이뤄진 것이며, 아시아나항공은 경영상 더 유리한 조건에 따라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LSG와의 임대차 계약은 케이터링 계약과는 ‘별건’이라 선을 그었다.

세간에선 업체 변경 과정이 수상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시아나항공이 신규 케이터링 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에 향후 30년간 장기 독점권을 넘겨줬다는 것이다. 이례적인 장기계약 소식에 업계에선 금호홀딩스가 회사 자금을 거두려는 ‘대가성’이 있지 않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달 뒤인 지난해 3월 이 같은 의혹이 곧 현실화됐다. 게이트고메코리아를 간접 소유한 하이난항공그룹이 금호홀딩스의 1600억원 BW를 20년 무이자로 매입한 것이다. ‘알짜사업’인 기내식 사업 지분의 60%를 하이난항공그룹에 넘겨주고 그 대가로 금호홀딩스에 거액을 무이자로 빌려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실제로 중국 하이난항공이 금호홀딩스의 BW를 사들였던 시기는 금호타이어 1차 매각 시기와 맞물린다. 당시 금호타이어 인수 우선매수권을 보유 중이던 박삼구 회장은 물밑에서 자금을 확보하고 있었다. 1600억원 규모의 BW 인수를 전제로 기내식 납품업체를 무리하게 변경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예견된 기내식 파문... 박삼구 회장 욕심이 부른 ‘화’?

공장 화재 시 아시아나항공이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전에 LSG와 같은 다른 대형업체와 빠르게 단기 케이터링 계약을 했다면 이 같은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게이트고메코리아는 지난 7월 1일부터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제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인천공항에 짓고 있던 공장에 불이 나 기내식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공장 화재 당시 LSG 측이 단기 계약 의향을 밝혔지만, 협상 과정에서 양측 입장 차로 틀어졌다. 게이트고메코리아와의 계약관계를 의식한 아시아나항공 측이 LSG에 게이트고메코리아의 하도급으로 케이터링을 하도록 요구했고, LSG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저비용항공사 등에 기내식을 공급하던 샤프도엔코와 3개월 하도급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샤프도앤코가 대형 케이터링 경험이 전무했다는 사실이다. 샤프도앤코의 하루 기내식 생산량은 3000식 수준인 반면 아시아나항공의 여름철 성수기 기내식 제공량은 하루 3만 식에 이른다. 이에 샤프도앤코는 하도급업체들과 계약해 기내식 추가 생산을 준비했다. 하도급의 하도급 식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진 것이다.

업계선 샤프도앤코가 단기간에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생산-유통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빈틈이 생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일 폭우까지 더해지며 국제선 항공기 기내식 탑재가 대거 지연되고 하도급업체 대표가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사태로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모회사인 금호고속, 박삼구 회장은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이미 법무법인 한누리는 기내식 대란을 초래한 아시아나항공 경영진들을 상대로 업무상 배임 등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한누리 측은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은 박삼구 회장이 지배하는 금호홀딩스의 자금조달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사업권을 공급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중국계 회사에 매각했다”며 “회사의 이익이 아닌 금호홀딩스의 이익을 위해서 기내식 공급업체를 신설업체로 바꾼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의 행동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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