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LCD패널 ‘물량공세’… “팔면 팔수록 손해”
중국發 LCD패널 ‘물량공세’… “팔면 팔수록 손해”
  • 이일호
  • 승인 2018.06.27 12:02
  • 최종수정 2018.06.27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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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패널 공급과잉에 LG디스플레이 영업적자... OLED로 시장 타개할지 주목


중국 디스플레이 1위 기업 BOE의 4.35인치 플렉서블 AMOLED 밴드 디스플레이.<사진=BOE 홈페이지>

[인포스탁데일리=이일호 기자]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에 국내 1위 업체인 LG디스플레이가 속수무책이다. 과잉 공급에 따른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하락으로 업황이 나빠지며 LG디스플레이는 6년 만에 분기 실적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가는 올해 LG디스플레이가 매출 23~24조원에 영업이익 5000~8000억원 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타개책으로 내세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대해서도 엇갈린 관측이 나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 위츠뷰(Witsview)는 6월 말 기준 TV용 대형 LCD 패널 평균가격이 177.3달러(약 19만8000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말 LCD패널이 평균 220.1달러(약 24만6000원)에 거래된 데 비해 가격이 약 19.5% 하락했다. 지난 4월과 5월 LCD TV 패널 가격 평균 하락률은 각각 -3.6%, -5.9%으로 내림세가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LCD패널 가격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징둥팡(BOE)의 LCD패널 공급량 증가를 꼽고 있다. BOE는 오는 하반기 출하할 10.5세대 LCD패널 가격을 시중 가격보다 20% 낮춰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LCD패널을 중심으로 디스플레이 업계에 ‘치킨게임’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BOE가 현재 240~250달러대인 65인치 패널 값을 20% 떨어뜨리면 손익분기점에 근접해지기 때문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BOE 양산 수율이 어느 수준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가격인하로 인한 업체 간 점유율 경쟁으로 패널 가격 낙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생산시설 투자 확대도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LCD패널을 분기에 1250만 장씩 생산하는 BOE는 우한에 10.5세대 공장을 추가로 건설 중이다.

중국 CSOT도 최근 2021년 가동을 목표로 10세대 생산시설 투자를 발표했다. 이 밖에 HKC, 폭스콘 등도 시설에 투자하며 대형 LCD 패널 공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중화권 업체들의 신규 공장 가동은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상당수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인 업황의 회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이젠 팔면 팔수록 손해”라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 OLED로 시장 타개할지 주목

LG디스플레이는 중장기 타개책으로 OLED를 내세웠다. 대형 OLED 부문에서 LG디스플레이가 중국 업체들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한-중 간 디스플레이 기술력이 적게는 2년에서 크게는 5년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프리미엄 TV 시장이 OLED로 재편될 경우 중국 업체들이 다시 후발주자로 뒤쳐질 수 있다.

다만 증권가 전망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대형 OLED 패널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공장을 추가로 세워야 하는데, 이에 따르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LG디스플레이는) OLED가 유일한 대안이나 연구개발비와 감가상각비 증가로 적어도 2~3년간 적자가 전망된다”며 “OLED TV는 시장 선두 지위에도 규모의 경제를 위해 공장을 추가 증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부터 중국 광저우에 짓고 있는 OLED공장의 승인 지연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8.5세대 OLED 공장에 대한 반독점 심사를 진행 중이다. 중국 정부의 자국 업체 보호를 위한 견제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광저우 공장은 결국은 승인이 날 것으로는 예상되지만 당초 기대했던 6월 중 승인은 절차적 문제로 쉽지 않아 보인다”며 “설령 승인이 다소 지연된다 하더라도 내년 하반기 양산 시작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지만, 시장이 갖는 심리적 불안감은 부담이 될 것”이라 말했다.

이 연구원은 “플라스틱 OLED 패널의 높은 가격과 최근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부진 등을 감안할 때 LG디스플레이가 과연 수익을 낼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할지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일호 기자 atom@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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