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테슬라에 도전장 내민 ‘리비안’·’루시드’…국내 전기차 배터리업체의 미래는?
[심층진단] 테슬라에 도전장 내민 ‘리비안’·’루시드’…국내 전기차 배터리업체의 미래는?
  • 이형진 선임기자
  • 승인 2021.11.19 08:40
  • 최종수정 2021.11.24 1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테슬라에 도전장 내민 리비안·루시드, 돌풍에서 태풍으로
국내 배터리 회사 ‘위기’…품질불량·가격하락·수익악화 3중고
왼쪽부터 김종효 인포스탁데일리 전문위원,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이형진 선임기자. 사진=인포스탁데일리
왼쪽부터 김종효 인포스탁데일리 전문위원,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이형진 선임기자. 사진=인포스탁데일리

[인포스탁데일리=이형진 선임기자]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지난 몇 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테슬라의 대항마로 여겨지는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 루시드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은 매출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글로벌 자동차업계 시가총액 3위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 역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포스탁데일리>는 18일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과 김종효 인포스탁데일리 전문위원을 모시고, 급변하는 글로벌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의 현황과 향후 과제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테슬라에 도전장 내민 리비안·루시드, 돌풍에서 태풍으로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상장 이후 5거래일 동안 주가가 급등해 시가총액 기준 세계 3위 자동차 기업으로 올라섰다. 리비안의 시가총액은 1467억달러(173조원)로 유럽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1390억달러)을 제친 것이다.

매출은 전혀 없는 리비안이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 시총을 뛰어넘은 것이다. 리비안은 지난 2009년 설립된 스타트업 전기차 회사로 전기 픽업트럭을 주로 생산한다. 지난해 상반기만 20억 달러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9월 R1T라는 모델의 전기차 인도를 시작으로 10월말까지 총 156대를 납품한 게 전부다.   

또다른 테슬라의 경쟁사로 꼽히는 루시드 역시 이날 주가가 23.71% 폭등하면서 시총 899억달러(106조원)가 됐다. 루시드는 가격 높은 최고급형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도전하고 있다. 내년 생산 목표치는 2만대다. 10월 말 첫 차량 인도가 시작됐고, 당시 모델은 16만9000달러(2억원)짜리였다. 애리조나 공장의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히며 시장을 달궜다.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리비안이 거대 자동차 기업인 GM과 포드가 합친 시가총액보다 높다”면서 “이미 1조원 이상의 손실을 가졌고, 앞으로도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흑자를 내야만 그때부터 진짜 실적이라면서 리비안과 루시드에 대해 조롱섞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면서 “아마존과 포드가 각각 20%, 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믿음 하나 가지고 시장에서 평가받는 건 한계가 있어 눈에 보이는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며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반면, 김종효 인포스탁데일리 전문위원은 “애초 테슬라 역시 큰 손실과 함께 망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는데, 지금은 1000달러까지 왔다”면서 “미국에서는 리비안과 루시드, 두 회사가 테슬라의 대항마로 언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리비안이 아마존에 10만대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주가의 바텀업을 받춰주고 있다”면서 “테슬라와 리비안은 근본부터 다른 전기차 회사인데, 테슬라의 경우 완성차 업체처럼 많은 차량을 판매한 뒤 데이터를 모아 자율주행 등에 접목시켜 순환구조로 다시 판매를 확대하는 개념인 반면, 리비안은 라이트 트럭이고, 루시드는 고가의 세단을 중심으로 둘다 타깃이 뚜렷하다는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테슬라는 다양한 세그먼트 모델을 만드는 종합 전기차 회사라면 리비안과 루시드는 제품 차별화를 통한 소비 고객층이 분명해 테슬라의 대항마라고 견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양오 고문은 “테슬라의 대항마는 도요타, 폭스바겐, GM,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들이 내놓는 전기차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전기차 배터리 공장 생산라인.(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전기차 배터리 공장 생산라인. 사진=LG에너지솔루션

◇ 국내 배터리 회사 ‘위기’…품질불량·가격하락·수익악화 3중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급변하면서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높다. 특히 제2의 테슬라로 지목된 리비안과 루시드 모두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와 계약했다. LG화학은 지난해 2월 루시드와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2023년까지 루시드 에어 표준형 모델에 탑재되는 원통형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게 됐다. 삼성SDI는 리비안에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회사들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평가다. 경쟁업체들이 빠르게 추격해오는 상황에서 품질 이슈, 수익 악화 등 해결해야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는 얘기다. 김종효 전문위원은 “도요타나 폭스바겐 등의 전기차 비중은 10% 수준이고, 앞으로 내연기관 모델의 전기차화 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전기차 회사들의 경우 배터리 가격이 올라갈 경우 수익성이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장기적 측면에서 자체생산 등을 고민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이형진 선임기자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위기 상황이라고 보는데,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서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배상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또 배상금 탓에 수익성도 낮아지고, 특히 중국에서 가격을 낮춘 이원계 배터리로 시장공략에 나서면서 국내 업체들이 3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LG화학의 경우 자동차 배터리 화재 사건으로 막대한 배상금 탓에 수익성에 문제가 많다”면서 “이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종효 전문위원은 “SK나 LG, 삼성 등 배터리 업체들이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에 나서고, 실제로 LG의 경우 GM과 얼티엄(Ultium) 배터리라고 하는 브랜드를 자체적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GM의 생산량은 세계 1, 2위를 경쟁할 만큼 규모가 큰 회사로 만약 얼티엄배터리 개발 및 양산에 성공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양오 고문은 “LG의 생존철학이 강한 자가 살아남는게 아니고,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전략이 있고, 현재 급변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여러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건 좋은 전략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재 배터리 시장은 어디로 갈지, 어떻게 변할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오리무중”이라면서 “LG의 경우 GM이라는 든든한 동반자와 함께 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굉장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종효 전문위원은 “우리나라 배터리 회사 3사가 시장에서 굉장히 많은 포션을 차지하고 있는데, 문제는 전구체를 중국에서 약 90% 정도를 수입하고 있다”면서 “결국 중국 전구체 공급망이 끊기면, 배터리 생산도 멈춰버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본론으로 돌아와 급변하는 전기차 시대에서 관련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고평가 받는 측면이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축을 중심으로 신생 전기차 업체의 도전과 기존 완성차 업체의 수성으로 시장이 재편될 전망이고, 국내 배터리 회사들은 시장의 포션을 높이기 위해 협력체제를 공고히 다지는게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이형진 선임기자 magicbullet@infostock.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