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웅래가 한성숙까지 끌어내렸다
[단독] 노웅래가 한성숙까지 끌어내렸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1.11.19 08:40
  • 최종수정 2021.11.21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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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네이버 대표, 사진=네이버
한성숙 네이버 대표, 사진=네이버

[인포스탁데일리=이동희 기자] 아시아 NO.1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CEO가 바뀌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81년생 최수연 네이버 CEO 내정자인데요. 최 내정자의 이력, 특히 국내 법학대학원과 하버드 로스쿨 졸업 경력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 자체 사업의 성장속도보다 안팎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인데요.

돌이켜보면, 내년 3월 이사회 의결을 마지막으로 CEO에서 물러나는 한성숙 대표의 낙마는 급작스러운 면이 없지 않습니다. 우선, 한 대표는 임기가 1년 가량 남은 상태로 재선임된 지 불과 2년 밖에 안됐습니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상임위원회에 출석해 지적사항들을 경청하고, 해명하는 등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내부적으로는 글로벌 시장 지표 서비스를 꼼꼼하게 손보고, 앞으로 바뀔 근무 이력 시스템 등을 직접 챙기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고용노동부 특별감사를 통해 지적된 임금체불(?) 문제로 인한 경찰출석이나 재판 등이 큰 부담이 있었지만, 그 또한 한 대표가 짊어지고 가야할 짐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믿었던 ‘괴롭힘에 의한 직원 사망사고’ 논란이 한 대표를 직접 겨냥하게 되는데요.

바로 더불어민주당 4선 의원이자 민주연구원장인 노웅래 의원이 한 대표를 국정감사 위증죄로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데요. 노 의원은 네이버의 괴롭힘에 의한 직원 사망사고가 발생한 직후부터 사고의 몸통으로 최인혁 전 네이버 COO이자 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인 최인혁의 퇴진을 주장했습니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초대 대표. 사진=네이버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초대 대표. 사진=네이버

최인혁 대표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네이버 COO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노 의원은 네이버에서 완전히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네이버 노조의 고발로 이뤄진 고용노동부 특별감사에 대한 결과 발표 당시도 노 의원만이 이례적인 성명을 발표하고, 최인혁의 네이버 완전 퇴진과 노조 중심의 인사혁신위원회를 주장합니다.

국정감사를 통해 네이버 괴롭힘 사망사고의 진위는 어느 정도 실체를 드러냈지만, 노 의원 측은 최인혁의 퇴진과 네이버 경영진의 거짓을 일관되게 주장하면서 문제를 삼았습니다. 사실, 네이버 괴롭힘 사망사고 때문에 네이버 집단지도체제의 주요인사들이 줄줄이 주요보직을 내려놨습니다.

최인혁 대표는 앞서 언급했던대로 네이버 COO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채선주 네이버 CCO는 가장 중요한 인사를 내려놓게 되죠. 그러면서 한성숙 대표가 인사를 도맡아 고용부가 지적한 네이버의 느슨한 근무이력 입력시스템을 전부 개편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 네이버는 출근시간과 퇴근시간만 근무이력으로 입력할 뿐, 자리이동이나 티타임까지도 전부 근무시간으로 통칭됐습니다. 삼성전자나 넷마블 같은 곳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임직원 혜택이었는데, 그것이 임금체불이라는 철퇴로 돌아온 것입니다.

때문에 네이버 내부에서는 노조가 엉뚱한 일을 벌여 직원들만 더 빡빡한 근무이력표를 작성하게 됐다는 성토가 이어졌습니다. 네이버 노조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 와중에 갑자기 노 의원이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한성숙 대표의 국회 위증죄를, 네이버 괴롭힘 사망사고 전 한 대표 등이 사전에 알고도 묵인했다고 주장하면서, 책임을 묻겠다고 나섭니다.

네이버노조가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인포스탁데일리
네이버노조가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인포스탁데일리

네이버 괴롭힘 사망사고 발생 직후부터 직접 당사자에서 한발짝 떨어져서 사태를 지켜보면서 수습하려던 한성숙 대표가 졸지에 사건의 은폐의 당사자로 몰리게 된 거죠. 결국, 한성숙 대표는 초기 대응과 국회의 문제제기까지 겹치면서 버텨내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억울한 측면이 있었지만, 네이버 대표이기 이전에 개인으로써 정치권의 압박을 이겨내기 힘겨웠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선을 코 앞에 둔 집권여당 4선이자 민주연구원장의 지속적인 지적을 네이버가 견뎌 내기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할 일이 너무 많았다는 후문입니다.

네이버의 성장과 영광을 함께 한 한성숙 대표는 내년 3월 CEO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강력한 실행력과 현장경험을 통해 지난해 연임에도 성공한 여성 CEO가 정치권의 압박에 떠나게 되는 모양새입니다.

 

이동희 기자 nice1220@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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