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바이든, 정치적 입지 흔들 반도체 집착 심해질 듯...대중국 압박카드용으로도”
[심층진단] “바이든, 정치적 입지 흔들 반도체 집착 심해질 듯...대중국 압박카드용으로도”
  • 이형진 선임기자
  • 승인 2021.11.11 08:15
  • 최종수정 2021.11.11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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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반도체 회사 옥죄기 …영업비밀 등 자료요청 ‘울겨 겨자먹기’
미중국 반도체 격전…유리한 고지 선점 위한 패권 경쟁
中 시진핑, 강력한 정치 장악력 공고히…’공동부유’ 주창
미중 패권 경쟁 속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눈치
산업 생태계의 포식자 ‘반도체’…”중장기 관점 삼성전자 매수해야”

[인포스탁데일리=이형진 선임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 약화가 반도체 규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시절 시작된 대중국 압박 카드로 반도체가 앞장세워질 가능성도 높아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우리 반도체 기업은 물론 우리 정부의 적절한 대처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인포스탁데일리>는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김종효 인포스탁데일리 전문위원을 모시고, 급변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경영전략 및 투자 방향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왼쪽부터 김종효 인포스탁데일리 전문위원,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이형진 선임기자. 사진=인포스탁데일리
왼쪽부터 김종효 인포스탁데일리 전문위원,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이형진 선임기자. 사진=인포스탁데일리

◇ 바이든, 반도체 회사 옥죄기 …영업비밀 등 자료요청 ‘울겨 겨자먹기’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미국 정부는 26곳의 반도체 회사들에게 3년간 판매 실적, 주요 고객사, 고객별 주문량, 주력 반도체 재고 수준, 고객 우선순위 설정 방안 등 관련 자료를 강압적으로 제출하라”면서 “무엇보다 생산라인 확장 계획의 경우 100% 영업 비밀이고, 고객사와의 계약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 고문은 “일단 관련 정보 등 ‘비밀’ 접근이 되지 않도록 미국 상무부만 보겠다며 한발 물러선 분위기인데, 처음에는 TSMC도 강력하게 저항했지만, 지금은 미국 상무부 요청에 모든 회사가 자료 제출할 계획”이라는 전했다. 이에 대해 이형진 인포스탁데일리 선임기자는 “미국 상무부가 받은 반도체 관련 정보는 자국 기업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최양오 고문은 “더 큰 문제는 상무부가 주체가 아니라는 점인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관할하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가 주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정보들을 이용해 반도체 회사들을 압박할지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김종효 인포스탁데일리 전문위원은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자기 이익이 우선인 측면이 있다”면서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미국 기업을 위한 또 미국의 공급망을 위한 행위가 100% 맞다”고 주장했다.  

◇ 미중국 반도체 격전…유리한 고지 선점 위한 패권 경쟁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중국에 대해 ‘트럼프식 고율관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또 중국에 대해 1단계 무역합의 준수를 요청하고, 비시장적 무역관행도 추가로 제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이 자국 기업에 대한 보호정책을 펼치면서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는 반도체와 2차전지를 육성하는 것에 대해 비판을 해왔다. 그러면서 전세계가 공정한 무역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얼라이언스(동맹체) 협력을 하겠다는 의지다. 다시 말해 대중국 압박 전략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이형진 선임기자는 대중국 싸움을 하고 있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반도체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토론을 이어갔다.

최양오 고문은 “미중은 5대 첨단산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최상위에 있는게 반도체”라면서 “자동차, AI 모든 분야에서 반도체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함으로써 산업 생태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어 반도체를 갖고 흔들어 보자는 심산”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형진 선임기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내에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는 듯한 분위기”라면서 “실제로 국가 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설문조사가 71% 수준이고, 비호감도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를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 성장시키는 측면도 있지만, 외부로 시선을 돌리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효 전문위원은 “중국은 희귀금속 같은 원자재가 풍부한데,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희토류, 구리, 실리콘, 마그네슘 등 여러 원자재가 필요하고, 전부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반도체 생산시설, 공급망 같은 분야에 초점을 맞췄다면 중국이 원자재를 공급하지 않으면 반도체 자체를 만들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전 슈퍼 301조 발동한 바 있는데, 중국이 안움직이면 답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미국의 강력한 압박, 시그널에 과연 중국이 반응할지가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 中 시진핑, 강력한 정치 장악력 공고히…’공동부유’ 주창

지난해 8월 시진핑 국가주석은 ‘공동부유’를 주창하면서 중국식 현대화를 통해 모두가 잘 살고, 부의 분배에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공동부유는 민간기업과 고소득층의 부를 당이 ‘조절’하고 ‘자발적’ 기부를 통해 인민과 나누자는 것이 핵심이다. 소수에게 부가 과도하게 몰리는 것을 막고, 부유층과 대기업이 공산당 질서 아래 재집결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시진핑의 공동부유가 정치 장악력을 공고히 다지는 동시에 강력한 힘과 권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이런 기치 아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5%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전력난, 원자재 가격 급등, 시장 위축 등 경제환경이 쉽지만은 않다는 방증이다.

이형진 선임기자는 “시진핑이 정권을 잡은 이후 부패 척결을 외치면서 호랑이(저우융캉, 周永康)를 때려 잡았고, 자신의 경쟁 상대였던 파벌의 뒤를 봐주던 기업들을 가차없이 내쳤다”면서 “시진핑이 권력을 공고히 다지는 것도 역사의 반복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김종효 전문위원은 “표면적으로 공동부유를 통해 다 같이 잘살자는 건데, 과연 인민이 느끼는 삶의 질은 나아졌을지 모르겠다”면서 “미국과의 패권 경쟁으로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데, 중국의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구간에서도 이런 공동부유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양오 고문은 “중국의 3분기 4.9% 성장했는데, 1% 성장이 떨어질 때마다 200만~300만 실업자가 나온다”면서 “올해 6% 성장 목표로 삼았지만, 부동산 시장 불안과 공급망 차질, 전력난 등으로 하반기 들어 경제성장률이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데, 시진핑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국내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불안정하고 고르지 못하다고 인정하면서 경제 운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역시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어 가야하는 입장이다.

◇ 미중 패권 경쟁 속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눈치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한국 기업들이 피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을 약한 고리로 인식하고 서로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하기 때문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미국 정부가 반도체 업체들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지난 9일 마감 직전 자료를 제출했다. 문제는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이들 기업의 자료 제출에 중국 정부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자료를 악용해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한 시도라는 게 중국의 시각이다. 중국 관영매체는 ‘명백한 약탈’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견제가 심해지면서 양국의 압박이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치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인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근심이 쌓이는 이유다.

최양오 고문은 “지난 9일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는데, 워싱턴DC에서 러몬도 장관,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 등과 회동하면서 조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우리나라 반도체의 경우 지난달 112억 달러 규모가 수출됐고, 이 가운데, 중국이 36억 달러 규모이고, 미국은 3억 달러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실리적으로 계산했을 때 중국과의 경제 영향이 더 크다는 얘기다.

게다가 “문 장관이 미국에 갔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임기 말년에 강력한 교섭 등이 이뤄질지도 의문”이라면서 “이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가서 해결해야 하는데, 여지를 굉장히 좁혀 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형진 선임기자는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해 오스틴보다 테일러 지역에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오스틴쪽은 삼성이 요구하는 세제 혜택이라든지 맞춰 주기가 힘든 상황이고, 반면 테일러쪽은 인구가 적고, 넓어 전력이나 용수 등 기반시설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더 좋다는 얘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 산업 생태계의 포식자 ‘반도체’…”중장기 관점 삼성전자 매수해야”

미중 패권 경쟁 속 혼돈의 시기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까? 김종효 전문위원은 “지금 가장 핫한 기업들은 AMD 등 미국 반도체 회사들이고,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클 것”이라면서 “실제로 국민연금이 4주 넘게 삼성의 주식을 팔아 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투자라는 관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접근해볼 때 대표적 기업이 삼성전자인데, 오버런 했다고 해서 주가가 조정 받는 것”이라면서 “결국 확실한 투자계획이 나오면 반등할 것이고, 최근에는 지난 몇 개월간 외국인의 매도 기조에서 자동차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차츰 매수세로 들어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1년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삼성전자는 지금이 시작이고, 매수해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본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김종효 전문위원은 “엔비디아의 경우 최고 정점에 다다르고 있어 과열 가능성이 점쳐진다”면서 “지금 가격에 덤벼들어 매수하기에는 부담스럽긴 하지만, 미래 반도체 포트폴리오에 꼭 들어가야할 만한 회사가 아닌가 싶다”고 추천했다.

이에 대해 최양오 고문은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역전해서 추월하게 나갈 수 있는 가장 작은 가능성”이라고 덧붙였다.

 

이형진 선임기자 magicbullet@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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