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LG전자 권봉석 사장이 ‘포스트 권영수’로 적절하지 못한 이유
[현장에서] LG전자 권봉석 사장이 ‘포스트 권영수’로 적절하지 못한 이유
  • 김종효 선임기자
  • 승인 2021.11.10 08:11
  • 최종수정 2021.11.10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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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봉석 LG전자 사장이 8일(현지시간) 美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LG전자의 전략 방향을 소개하고 있다.(사진=LG전자)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美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LG전자의 전략 방향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LG전자

[인포스탁데일리=김종효 선임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보좌할 2인자, 이른바 ‘포스트 권영수’를 놓고 설왕설래 말이 많습니다.

LG그룹 내에서도 포스트 권영수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사실 권영수 부회장의 서슬퍼른 구조조정의 칼날에 조직 내부의 피로도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이유도 있습니다. 거론되는 CEO 그룹 중 가장 유력한 ‘포스트 권영수’는 바로 권봉석 LG전자 사장입니다.

권 사장은 구 회장이 LG시너지팀의 팀장과 팀원으로 호흡을 맞춰본 바 있기에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리는데요. 안팎에서는 권 사장이 LG전자 CEO에서 몸을 빼기 어려운 이유를 몇가지 꼽고 있습니다.

LG화학 배터리. <사진=LG화학>
LG 배터리. 사진=LG화학

우선,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수년 전부터 다시 밀고 있는 사업이 있습니다. 바로 자동차 전장부품인데요. LG는 이미 구본무 회장 때부터 ‘LG는 마음만 먹으면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해왔습니다.

그만큼 자동차 전장부품 분야는 자신있는 영역이었는데요.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LG화학이 자동차 배터리 글로벌 1위가 되면서 자동차 전장부품에 대한 자신감도 배가 됐습니다. 오죽했으면 LG전자는 자사의 세탁기를 경쟁사와 비교하면서 자동차용 모터를 채택했다고 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미래의 먹거리 자동차 전장사업이 연이은 LG 배터리 화재 사고에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LG배터리 화재사고와 무슨 연관이 있냐고 반문하겠지만, 자동차 전장부품의 핵심은 배터리에 있기에 LG전자는 배터리 중심의 패키지 공급 판매를 하다가 불똥이 튄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LG배터리 화재와 배상 문제가 연이어 불거질수록 지속될수록 LG전자 전장부품 사업은 효자는커녕 계륵이 될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태입니다. 권 사장은 아직도 해당 문제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죠.

OLED TV용 패널.(사진=LG디스플레이)
OLED TV용 패널. 사진=LG디스플레이

두 번째는 OLED TV입니다. 삼성전자가 OLED 경쟁을 포기하면서 시장에서 고립됐던 LG OLED 사업이 글로벌 프리미엄 TV시장에서 진가를 발휘하면서 오랜 부진의 터널을 이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OLED 시장이 만개하려면 글로벌 맞수인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뛰어들어줘야 하는데요. 그 정도로 LG전자 OLED TV는 이제 간신히 이윤을 남길 정도일 뿐, 아직도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LG전자는 알다시피 극도로 부진했던 휴대전화 사업부를 질질 끌다 접으면서 보이지 않는 내상이 심한 상황입니다.

권봉석 사장은 TV와 생활가전으로 휴대전화사업의 적자폭을 조금씩 만회해왔습니다. 완전 정상화를 위해 권 사장의 책임과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지만, 자리를 옮길 경우 모든 짐을 차기 CEO에게 전가시키는 동시에 책임회피라는 오명을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LG전자.(사진=인포스탁데일리DB)
LG전자. 사진=인포스탁데일리

마지막으로 LG전자가 복기하기도 싫은 얘기인데요. 바로 LG전자 채용비리 사건입니다. 해당 사건은 이미 1심에서 관련자들이 집행유예와 벌금형으로 채용비리 범법행위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주범으로 지목된 인사담당 임원이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면서 LG전자 인사채용 비리는 장기전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해당 사건은 권봉석 사장 재임 시 일어난 일로 권 사장이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인사를 총괄하는 대표이사가 회사 내 조직적인 채용비리를 몰랐다는 것 자체가 면죄부가 될 수 없을뿐더러, 도의적인 책임이 분명히 있습니다. 만일 해당 사건이 유죄든 무죄든 깔끔하게 처리되지 못한 채 권 사장이 ㈜LG로 자리를 옮길 경우 그룹 인사관련 부문에 부담을 전이시킬 가능성, 무시할 수만 없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입니다.

이 때문에 구광모 회장이 자신과 호흡 맞출 그룹 내 2인자로 권봉석 사장이 가장 적절함에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김종효 선임기자 kei1000@info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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