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박정도 전문기자]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 환경, 사회공헌 등을 아우르는 지속가능경영 전반의 활동 및 성과, 목표 등을 소개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인포스탁데일리는 기업 레퍼런스체크 연구소 '평판체크'와 공동으로 주요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봄으로써 과거 목표 달성 현황과 향후 방향성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SK는 그룹사 가운데 유일하게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공식적인 경영 자문 기구 SUPEX추구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27일 '2021 SK주식회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SK그룹의 경영 주체는 SK주식회사, 각 멤버사, 그리고 SUPEX추구협의회라고 명시했다.
SUPEX추구협의회는 SK 공통 추구 가치 연구·개발해 전파하고, 멤버사의 참여와 협력을 지원한다고만 언급하는 데 그쳤다. 예년과 크게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 그룹 관계사 의사결정 및 실행 지원 협의체
최근 몇년간 SK주식회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는 SUPEX추구협의회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구조, 역할 등에 구체적으로 언급해왔다.
최근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4회에 걸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는 SUPEX추구협의회 구조와 각 위원회의 역할 등이 포함되어 있다.
SUPEX추구협의회는 2013년 SK그룹 16개 관계사 CEO로 구성된 SK그룹 최고협의기구에서 출발했다. SUPEX는 Super Excellent Level의 줄임말로 인간의 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수준을 뜻한다.
지난해 보고서에는 SUPEX추구협의회에 대해 SK 고유의 그룹 경영 방식인 '따로 또 같이'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의사결정기구로 집단지성에 기반, 관계사의 의사결정 및 실행을 지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협약을 체결한 관계사 CEO는 매월 개최되는 SUPEX추구협의회에 참석해 상호 협력을 기반으로 기업경영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한편 다양한 리스크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
2020년 기준 SUPEX추구협의회 참여 관계사는 SK주식회사,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SK하이닉스, SK케미칼, SK네트웍스, SKC,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건설, SK가스, SK브로드밴드,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등이다.
협의회 산하에는 전략위원회, 에너지·화학위원회, ICT위원회, 글로벌성장위원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인재육성위원회, 소셜밸류위원회 등 각 분야별로 전문화된 7개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 계열사보다 그룹 우선?…협의회 한계점 노출
SK 그룹의 자랑거리였던 SUPEX추구협의회가 올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사라진 이유는 올해 조대식 SUPEX추구협의회 의장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데다 각종 계열사 이슈에서 협의회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면서다.
SUPEX추구협의회 역할론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기도 하다.
우선 그룹 내에서 최태원 회장에 이어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는 SUPEX추구협의회 의장이 지난 5월 배임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 중이다.
검찰은 조 의장이 지난 2012년 SK텔레시스가 자본잠식으로 부도 위기에 빠지자 모회사인 SKC 사회이사들에게 허위 또는 부실 기재한 보고자료를 제공해 이사회 승인을 받은 후 SKC로 하여금 199억원 규모의 SK텔레시스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했다고 보고 있다.
또 SKC 이사회 의장이던 2015년 당시 이미 회생 불가 상태였던 SK텔레시스의 유상증자에 700억원을 투자하게 해 SKC에 손해를 입힌 혐의다.
조 의장은 배임 혐의 및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의 공모 혐의 등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유동성 위기를 겪는 자회사를 돕기 위해 모회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한 경영 판단일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장 조 의장이 재판 중인 것도 문제지만, SUPEX추구협의회 의장이 가진 생각을 들여다보면 협의회 역시 그룹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계열사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는 한계점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 지난해 보고서에서 협의회는 기업경영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다양한 리스크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협의회의 역할이 각 계열사 상황이나 리스크, 이슈 관리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SK이노베이션의 LG에너지솔루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미국 내 생산금지와 2조원의 합의금 지급이 결정된 것은 합의의 여지가 있었음에도 협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결정적 사례로 꼽힌다.
또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한 경영 자문 기구인 만큼 단기적인 경영 성과를 중심으로 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는 또다른 한계에 직면해있다.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SUPEX추구협의회는 최 회장 혼자만으로는 부족한 힘을 뒷받침해 그룹을 끌어가고 있다"며 "분명히 그룹 전체를 보고 외형을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되고 있지만, 그에 따른 한계도 보완할 필요는 있다"고 평가했다.
박정도 전문기자 newface03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