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끊임없는 '사망사고'...경총, 기업 대변할 때인가?
[현장에서] 끊임없는 '사망사고'...경총, 기업 대변할 때인가?
  • 안호현 전문기자
  • 승인 2021.07.01 07:10
  • 최종수정 2021.07.01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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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사진=픽사베이
건설현장. 사진=픽사베이

[인포스탁데일리=안호현 전문기자] 최근 잇따른 산업재해에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정부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 대해 안전사고 예방에 영향이 없거나 부정적이라는 평가를 했다.

그러면서 원청 사업주에 대한 ‘규제와 처벌 수위만 강화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기업 486개사를 대상으로 개정 산안법에 대한 평가와 개선과제를 조사한 결과라며, 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산안법 위반에 대한 처벌 강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내년 더욱 강력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까지 앞두자 다급한 기업들의 입장을 경총이 앞장서 대변한 것이다. “원청 기업의 처벌을 강화해도 산재 예방에 효과가 없고, 노동자의 안전의식과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게 내용의 골자다.

지난 2018년 산안법 개정이 이뤄졌으나 산재가 줄어들지 않았고, 사업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원청)까지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특히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와 ‘원청’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으로 사업주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처벌 규정을 담고 있다. 법인의 경우 50억원 이하 벌금을 매긴다. 이들 법은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같다. 처벌 강화를 통해 예방효과를 높이겠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산업재해로 인해 사망하는 노동자는 1000여명에 달한다. 1년 365일로 단순계산해도 하루 2.5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던 셈이다. 심지어 일부 기업들은 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숨기기에 급급하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표적 산업인 조선, 건설, 토목 등 노동 집약 산업은 대부분 원하청 구조로 이뤄져 있다. 산재가 발생해도 원청 기업은 책임을 지지 않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데 그친다. 노동자를 직접 고용한 하청업체가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꼬리 자르기’에 나선다. 오랜 관행이다.

개정 노조법의 문제점과 보완입법 방향 토론회 모습.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개정 노조법의 문제점과 보완입법 방향 토론회 모습.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경총의 주장대로 ‘예방이 중요하고, 이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데, 동의한다. 노사가 함께 예방에 나서야 하는 건 원론적인 얘기다.

문제는 산재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안전 관리·감독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게 핵심이다.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0년대 이천 코리아 냉동 물류창고 화재로 40여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지만, 원청기업은 벌금 2000만원, 대표 역시 벌금 2000만원, 원청 현장소장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또 ‘산안법 위반사건 판례분석 연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5년간 산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은 경우 90% 이상이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청 기업 처벌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사업주의 솜방망이 이 결국 노동자의 산재 사망사고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사업주가 강력한 의지를 갖추고 자발적으로 안전 예방 및 관리·감독에 나선다면 현재보다 산재 발생건수가 현저히 낮아질 것이다. 최소한 이윤 추구보다 노동자를 우선시 했다면 말이다. 경총은 기업의 이익과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동분서주 움직이면서 처벌이 부당하다고 외친다. 그러면서 예방이 선결 과제라는 논리로 접근한다.

하지만, 예방은 재해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대처하고 막는 일이다. 처벌은 불법행위에 대해 형벌을 처하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방과 처벌은 서로 다른 개념으로 마치 우선 순위를 가려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차원적이나, 사업주에 대한 처벌 형량을 강화하면, 산업재해에 대한 예방 효과를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경총은 언제까지 ‘안전 예방 시스템 구축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기업을 대변하고, 정부 탓만 하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인가. 그 사이 노동자들은 위험에 노출된 채 오늘도 죽어가고 있다.

 

안호현 전문기자 ahh@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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