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죽음의 행렬’ 태영건설, “사망자 또 나와…올해만 4명째”
[현장에서] ‘죽음의 행렬’ 태영건설, “사망자 또 나와…올해만 4명째”
  • 김종효 선임기자
  • 승인 2021.06.27 00:33
  • 최종수정 2021.07.16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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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특별감독’에도 사망사고…부실 관리·감독 도마위
다단계 하청·위험 외주화…대형사고·부실시공 발생 원인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전경. 사진= 태영건설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전경. 사진= 태영건설

[인포스탁데일리=김종효 선임기자]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태영건설 공사현장에서 올해 1분기만 3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최근 또 다시 하청업체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벌어졌다.

태영건설은 최근 잇따른 사망 사고에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까지 받았지만, 이마저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국내 건설업계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하청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25일 경기 과천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20분께 경기 과천시 갈현동 신혼희망타운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철제 구조물을 들어 올리던 중 벨트가 끊어져 하청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공사현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고, 태영건설이 시공하는 곳으로 지난 2월에도 철재 구조물이 추락하면서 노동자들을 덮쳐 1명이 사망했던 현장이다. 태영건설은 올해 1분기에만 3명의 노동자가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특히 노동부는 이재규 태영건설 대표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한 바 있지만,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있다. 당시 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과태료는 고작 2억450만원 부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태영건설
사진= 태영건설

태영건설은 안전보건 목표가 설정돼 있지 않고, 이에 대한 평가도 없었던 것으로 노동부는 밝힌바 있다. 태영건설은 비용을 절감이나, 품질을 우선시하는 기업 분위기가 자리잡으면서 상대적으로 안전보건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회사 분위기는 조직 구성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노동부는 “태영건설은 안전팀이 사업 부서에 편제돼 조직 내 위상이 낮고, 안전보건 관리자 역시 비정규직 비율이 다른 건설사들에 비해 높다"고 설명했다.

태영건설은 이번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발빠르게 사과문을 게시했다. 하지만, 앞서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안전 경영을 최우선으로 삼아 ‘환골탈태’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사고만 나면 죄송하다며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습관적으로 올리지만, 그저 말뿐이다. 안전 관리감독을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이처럼 부실한 관리감독이 이어진다면, 제 2, 3의 사고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숨진 노동자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남편이자, 자식이다. 사태를 막기 위해 위로한다며, 몇 푼돈으로 흥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또한 정부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관리 감독도 도마 위에 올랐다. 노동부는 대대적으로 관리 감독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와 함께 국내 건설사들의 하청 구조도 안전관리 부실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건설업계의 오랜 관행으로 당장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 원청과 하청 모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일용직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경험이 부족한 노동자가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건설사의 자체 안전관리 역시 노동자가 현장에 투입되기 전 20~30분 안전교육과 혈압을 측정한 뒤 확인만 받으면 끝이다. 사실 전혀 의미가 없다.

건설현장. 사진=픽사베이
건설현장. 사진=픽사베이

무엇보다 하도급 업체는 원청으로부터 계약을 체결할 때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을 모두 떠안게 된다. 현장에서 사고가 날 경우 원청은 직접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안전 관리감독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

중견건설사 한 노동자는 “우리나라 모든 건설사들은 대부분 하청을 쓰면서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물론, 사망사고가 나면 파리 목숨 값보다도 못한 말도 안되는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토부 올해 1분기 건설사 사망사고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태영건설 3명 ▲삼성물산 2명 ▲DL건설 2명 ▲현대건설 1명 ▲GS건설 1명 ▲대우건설 1명 ▲롯데건설 1명 등으로 나타났다.

 

김종효 선임기자 kei1000@info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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