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중공업 2987명 감축 계획...조선업 부실수주가 부른 참사
[단독]삼성중공업 2987명 감축 계획...조선업 부실수주가 부른 참사
  • 이형진 선임기자
  • 승인 2021.06.08 06:21
  • 최종수정 2021.06.09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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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건조한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사진=삼성중공업)

[인포스탁데일리=이형진 선임기자‧이동희 기자]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인력감축 계획에 따라 희망퇴직을 추진합니다. 규모는 삼성중공업 전체 임직원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2987명입니다. 

저희 인포스탁데일리가 단독 취재한 바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전세계 조선업계의 장기 불황 탓에 어려움을 겪어 왔고, 지난 2019년 수주한 드릴십 5척을 인도하지 못하면서 자금난이 더욱 가중됐습니다. <2021년 6월 7일자 [단독] 삼성중공업 구조조정 칼바람…올해 2987명 감축 참조>

해당 드릴십을 인도받아야 할 선사는 파산선언을 한 상태입니다. 일반적으로 조선사는 선박을 수주하면 스팟 형태로 나눠 선수금을 지급받아 계약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선박을 인수할 새로운 회사를 찾지 못할 경우 선박에 들어가는 나머지 금융 비용 등을 조선사가 떠 안아야 하기 때문에 마냥 안심할 수 없습니다. 

그간 삼성중공업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감자와 증자를 거듭한 바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삼성중공업이 최근 수주한 내용에 있습니다. 복수의 삼성그룹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수주한 선박들 역시 부실수주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물론 비공개적으로 마이너스 수주임을 자사 인력들에게 알리고 있는데요.

담당 부서는 프레젠테이션까지 동원해 ‘왜 마이너스 수주인가’, ‘인력 구조조정 시행’ 등에 대한 당위성을 직원들에게 설명한다고 합니다. 감자와 증자만으로는 드릴십 인수 실패로 인한 자금난과 마이너스 수주로 인한 빚더미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 인력 감축은 회사 입장에서 불가피한 조처라는 점을 계속 이해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SK증권을 비롯한 주요 증권사들이 삼성중공업의 선박수주 행진을 높이 평가하면서 주식매수를 권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문제는 회사 측에서 노사협의회를 통해 희망퇴직 세부조건을 협의하면서 2987명이라는 숫자를 채우지 못할 경우 마련한 복안입니다. 삼성중공업은 부장급 이하 저(低)성과자나 희망퇴직자에 대한 명단을 작성해 이미 경영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삼성중공업 측은 펄쩍 뛰고 있죠. 명단 작성이나 상부 보고 여부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같은 사실을 유출한 ‘정보원을 색출하고 있다’는 점이죠. 다시 돌아와, 삼성중공업의 대규모 희망퇴직 추진은 조선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모습. 사진=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모습. 사진= 삼성중공업

그 이유는 삼성중공업 조차 업황 회복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일감을 끌어오기 위해 마이너스 저가 수주를 불사하고 있기 때문이죠.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이 삼성중공업보다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마이너스 수주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들 정도로 업황 불균형의 그림자는 짙어 보입니다. 

생각을 좀 더 확장해서, 삼성중공업의 구조조정 불씨는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를 지독하게 괴롭힐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대우조선해양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있는 산업은행은 어떻게든 조선업 구조조정에 발을 들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정부의 핵심 관계자도 인포스탁데일리에 “더 이상 산업은행이 조선업에 돈을 대주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할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삼성중공업 발 대규모 구조조정은 마이너스 저가 수주와 맞물려 조선업 전체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코로나19 탈출로 모처럼 경제회복의 기운을 차리려는 문재인 정부 경제팀에 큰 난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상태입니다.

 

이형진 선임기자 magicbullet@infostock.co.kr

이동희 기자 nice1220@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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