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김종효 선임기자, 박상인 기자] 대신증권이 라임사기펀드 사태가 발생한 뒤 짧은 기간 두 번 연속 C레벨급 주요책임자 권한과 책임을 규정하는 회사 직제규정을 변경했다. 

특히, 해당 업무 총괄하던 양홍석 사장의 직제가 변경을 거듭할수록 점차 책임을 회피하는 형태로 변경돼,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조작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게 어렵게 됐다.

6일 인포스탁데일리가 단독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대신증권의 라임사기펀드 사태 발각 직후 대신증권의 직제규정에는 대표이사가 IB(투자은행) 등의 최종결정을, 사장이 라임펀드 판매 등 리테일과 리스크관리 등의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정하도록 정해져 있다. 

대신증권 창업자의 손자인 양홍석 사장은 지난 2014년 사장 취임 이후 해당 업무를 계속 도맡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임 사기펀드 판매 책임으로 중징계 처분된 나재철 현 금융투자협회장은 대신증권 대표이사 당시 해당 업무에 적극 관여가 불가능한 위치였던 것으로 직제상 정확히 표시돼 있다.

대신증권 측은 직제상 책임소재와 관련 “직제규정을 잘못 해석한 것으로 모든 책임은 대표이사가 진다”며 “직제규정은 요식적인 것에 불과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포스탁데일리 취재 결과, 대신증권은 지난해 1월 양홍석 사장이 관련 권한을 모두 내려놓는 과정에서 짧은 기간 두 번씩이나 요식적인 직제규정을 전사에 공문까지 발송해가면서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12월 27일 대신증권 경영기획실장 명의의 직제규정 개정안내 공문 발송을 통해 직제개정을 대대적으로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개정 후 직제에서는 양홍석 사장이 아닌 대신증권 측 대표이사(나재철)가 리테일과 리스크 관리까지 최종 결정권자로 명시돼 있다. 

공문이 적시하고 있는 개정 전 직제는 리테일과 리스크 관리를 사장이 아닌 부사장, 김범철 부사장이 나재철 대표이사과 분리해서 회사 업무를 지배하는 형태로 적시돼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된 바대로 대신증권은 2019년 11월 중순까지 또 다른 직제규정이 존재했다.  

대신증권 내부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회사 측이 그 이전 직제내용을 교묘하게 숨기고 멋대로 바꾼 직제규정을 개정 전 직제라고 공표한 것으로 안다”며 “실제로는 양홍석 사장이 리테일 부문의 모든 사항을 책임졌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말한 직제규정은 2019년 12월 27일 개정 전 직제규정이라고 공표한 내용 이전인 2019년 11월 12일까지 유효했던 직제규정이다. 

라임사기펀드 사태가 드러나기 직전까지 유효했던 74페이지 분량의 대신증권 직제규정에는 양홍석 사장이 라임펀드 판매 등의 리테일을 담당한 WM사업단과 리스크관리부의 최종 책임자로 명시돼 있다.
 
금융경제평론가 한치호 김천대학교 산학교수는 “대신증권 측에서 조직적으로 양홍석 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직제규정을 다급하게 바꾼 것이라면 금감원 중징계 결정 뿐만 아니라 금융위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 의혹에 대해 대신증권 관계자는 “직제규정은 수시로 변경되며 직제규정과 전혀 관계없이 대표이사가 모든 책임을 진다. 양홍석 사장은 너무 바빠서 대신증권 업무를 손댄 적도 없다”며 “짧은 기간 직제규정 변경된 이유는 회사 규정상 답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종효 선임기자 kei1000@infostock.com
박상인 기자 si2020@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