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금법 개정안 토론회… "혁신의 왼발과 안전의 오른발, 같은 보폭으로 가야"
전금법 개정안 토론회… "혁신의 왼발과 안전의 오른발, 같은 보폭으로 가야"
  • 박효선 기자
  • 승인 2021.02.19 10:02
  • 최종수정 2021.02.19 1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인포스탁데일리=박효선 기자] 핀테크 기업의 내부 거래를 외부청산토록 하는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 개정안’을 두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용자 예금보호 측면에서 외부청산 기관을 법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용자가 부담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외부청산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18일 한국금융연구원이 개최한 전금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이한진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장은 “"혁신의 왼발과 안정의 오른발이 같은 보폭으로 나가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용자 예금보호 측면에서 외부청산 기관 법제화 필요”

중국의 지급청산기관 '왕롄'. 제공=정성구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정성구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외부청산에 대해 “전자금융업자의 내부지급거래를 금융결제원(이하 금결원)을 통해 확인함으로써 이용자의 예탁금을 보호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간편결제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감시·감독이 병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 배경으로는 회계부정이 드러나 파산한 ‘와이어카드’ 사태를 제시했다. 지난해 6월 독일 대표 핀테크 기업 ‘와이어카드’는 내부 계열사 간 가공 거래를 통해 재무제표에 기록된 현금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결국 파산했다. 이로 인해 독일뿐 아니라 영국 소비자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이 사태를 계기로 영국 FCA는 지급결제업체가 고객 자금을 안전 계좌에서 명확히 분리해 관리하도록 하는 규제 지침을 마련했다.

정 변호사는 “전자금융업자의 결제불이행 위험을 은행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면서 내부거래의 외부청산 과정에서 이용자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외부청산 자체의 문제라기 보단 청산기관(금결원)을 신뢰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외부청산을 통해 결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연구위원은 “빅테크가 내부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이용자예탁금에 대해 공신력있는 외부청산기관이 개입함으로써 이용자보호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며 “해외에서도 비은행 결제사업자에 대해 금융법 체계를 적용하거나 전자지급거래에 대한 외부청산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대표적 사례가 중국의 ‘왕롄’이다. 중국은 빅테크 지급거래에 대한 외부기관 '왕롄'을 설립해 외부청산을 제도화했다.

이어 그는 “지급결제시스템에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이는 시스템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한은 등이 일시 유동성을 지원토록 운영구조를 설계하고 법적 명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지급거래 청산제도를 전자금융거래법에 도입하더라도 한은이 운영하지 않는 지급결제제도에 대한 감시권한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업계, 망분리‧외부청산에 따른 부담 완화 요청… 구글‧아마존 등 해외기업에 대한 사각지대 우려도

업계는 외부청산 의무화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외부청산 관련 비용과 망분리 규제에 따른 부담 완화 등을 요청했다.

김지식 네이버파이낸셜 이사는 “외부청산 의무 관련 (업계 입장에선) 마냥 환영한다고 할 수 없지만 불필요한 규제 면에서 봤을 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거액의 자금이 오가는 만큼 보호 방안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업자 입장에선 망분리 규제에 외부청산 의무로 인한 비용까지 더해지니 부담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러한 부담을 완화할 방법을 강구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선 외부청산을 의무화하더라도 해외기업에 대한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정중호 하나금융연구소장은 “청산의무를 내부냐 외부냐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면서 “전금법에 따라 해외 사업자들도 한국에 지점이나 영업소를 설치해 페이 사업을 할 수 있게 되는데, 만약 아마존이 국내에 사무소를 설립해 아마존 플랫폼을 통한 국내에서 해외로의 역외거래가 발생하더라도 당국이 개입할 수 없다면 엄청난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라임‧옵티머스 사태서 감독 기능 상실에 따른 투자자 신뢰 붕괴 목도… 이용자 자산 보호해야”

금융위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 기본방향.  제공=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금융위원회는 디지털 전환 속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면서도 금융거래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핀테크 기업에 대한 내부거래 외부청산 의무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한진 금융위 전자금융과장은 “사모펀드 규제 완화 이후 라임‧옵티머스 사태에서 감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투자자 신뢰가 붕괴하는 것을 생생하게 경험하고 목도했다”면서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뒤쳐지지 않으면서도, (사모펀드 사태를 통해) 국민 재산 보호, 이용자 자산 보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한진 과장은 전금법 개정안 취지에 대해 “전자금융업에 첫 발을 딛고 종합적인 금융업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기회의 사다리를 만들어주고자 했다”면서 “IT기술로 간결한 유저인터페이스(UI)를 구현해내는 회사들을 전부 은행 방식으로 규제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핀테크 외부청산 의무화 사례로 제시한 중국 ‘왕롄’도 내부거래는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한은 측 지적에는 “중국과 똑같지 않다고 지적하는 것은 부분만 보고 전체를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중국에선 (빅테크에 대해) 은행 수준의 규제를 하고자 하지만, 우리가 전금법 개정안에 담고자 한 내용은 (빅테크에 대해) 은행 방식으로 규제하는 게 아니라 은행만큼의 신뢰를 갖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금법 개정안은) 오랜 기간 준비한 법안”이라면서 “전금법 개정안 혹은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다고 해서 4차산업 혁명이라는 시대의 대세를 바꿀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박효선 기자 hs1351@infostock.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