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B증권, '이사회 의결 없이' 사기펀드 투자금 전액 보상했다
[단독] KB증권, '이사회 의결 없이' 사기펀드 투자금 전액 보상했다
  • 박효선 기자
  • 승인 2020.11.05 01:09
  • 최종수정 2020.11.06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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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손실 보상은 이사회 의결 없이 가능… 위법 아냐”
모(母)펀드 사기 의혹 '라임AI스타펀드' 투자자 선지급안과 형평성 논란
사진=KB증권
사진=KB증권

[인포스탁데일리=박효선 기자] KB증권이 지난해 '투자 사기' 논란을 일으킨 호주 부동산 펀드에 대한 개인투자자 원금 전액 상환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900억원 규모 자금을 대표 전결로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7월 KB증권의 '라임AI스타펀드' 투자자 원금 40% 보상안과 대조돼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박정림 KB증권 대표 전결로 900억원 규모 상환

지난해 말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이사회 사전 보고 후 호주부동산펀드 개인투자자들에게 900억원대 금액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대표이사가 회사의 900억원대 자금을 전결 지급했다는 점에서 KB증권 내부에서 반발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다만 이는 위법 사안이 아니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르면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지배인의 선임 또는 해임과 지점의 설치‧이전 또는 폐지 등의 업무는 이사회의 결의로 집행해야 한다.

여기서 손실보상의 경우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 대신 KB증권은 자사 이사회 규정에서 ‘최근 사업년도 말 자산총액의 5% 이상의 유형자산 취득 또는 처분’의 경우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했다. 즉, 상법에 적시된 ‘중요한 자산’ 범위를 ‘자산총액의 5%’라고 자사 내규로 정한 것이다.

KB증권 측은 “보상 과정에서 양수한 호주부동산펀드의 전체 설정금액 904억5000만원은 자사 이사회 규정 기준(KB증권 자산총액의 5%)에 훨씬 미달한다”며 “따라서 이사회 승인절차 없이 900억원대 피해보상을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母)펀드 사기 의혹 '라임AI스타펀드' 투자자 보상안과 형평성 논란

KB증권 '라임AI스타' 설명자료
KB증권 '라임AI스타' 펀드 설명자료

그러나 이 같은 보상 과정을 두고 KB금융 내부에선 KB증권이 주주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사회 승인도 거치지 않고 시급한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KB증권 한 관계자는 “당시 이사회에는 보고형식으로만 개인투자자 원금 상환을 통보했다”며 “이로 인해 책임자 처벌이나 자산 회수 이전에 개인투자자 원금 상환부터 진행했는데, 이는 이사회 의결을 반드시 거치는 타 금융회사들과 다른 수순”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7월 KB증권이 라임AI스타펀드' 투자자에게 원금의 40%를 선지급하기로 결정한 것과 대조적이라는 시각이다.

KB증권이 지난해 1~3월 571억원 규모로 판매한 ‘라임AI스타펀드’는 델타원솔루션본부에서 투자자 자금과 같은 금액(증거금율 50%)의 총수익스와프(TRS)를 제공한 상품이다. 이 상품의 기초자산은 라임 ‘플루토 F1 D-1호’다.

한 시민단체 변호사는 “이사회 의결 없이 대표 전결로 투자자에게 원금 전액을 보상한 것 자체를 위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같은 회사에서 판매한 다른 펀드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면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라임AI스타펀드’의 경우 신한금융투자 PBS(프라임브로커리지)본부 중심으로 기획‧설정한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비슷한 구조로 짜였다는 사기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KB증권은 ‘선관주의 의무’에 따라 호주부동산펀드 투자자에게 원금 전액을 상환한 것과 마찬가지로 ‘라임AI스타펀드’ 투자자들에게도 원금 100%를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효선 기자 hs1351@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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