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채권 시장 활성화하려면… 발행‧투자 매력 낮아 제도 정비 절실"
"ESG 채권 시장 활성화하려면… 발행‧투자 매력 낮아 제도 정비 절실"
  • 박효선 기자
  • 승인 2020.09.16 11:55
  • 최종수정 2020.09.16 12: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부터)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관석 정무위원회 위원장,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15일 열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활성화' 온라인 토론회에서 개회사 및 축사하는 모습.

[인포스탁데일리=박효선 기자] 정부의 ‘한국판 뉴딜사업’ 추진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시장이 부각되는 가운데 발행자 및 투자자 유치를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시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고양시정)은 유동수·김한정·김주영 의원과 함께 15일 ‘사회책임투자채권(ESG채권)활성화 : 한국판 뉴딜 투자재원 조성’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용우 의원은 “전례 없는 코로나19 경제위기와 기후변화·신재생에너지·전기차 등의 친환경, 교육·의료·공공주택·중소기업 지원 등의 사회문제를 비롯한 한국 사회가 구조적으로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안전한 ESG 채권의 활성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한국판 뉴딜이 추구하는 디지털·그린·사회안전망 강화는 ESG 채권의 공공성 성격과 유사하기에 ESG 채권 발행대상이며, ESG 채권은 뉴딜 프로젝트의 정부 재원 부담을 보완할 수 있는 민간자본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시장 친화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SRI 시스템-인프라 통합‧활용해야… ESG채권 활성화 위한 제도 개선 필요”

공공사업 ESG 채권 발행 구조 예시. 제공=한상범 경기대 교수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한상범 경기대 경제학부 교수는 뉴딜 펀드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기존의 사회책임투자(SRI) 시스템과 인프라를 확대·발전시켜 통합해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상범 교수는 “시장에서 시장참가자의 참여 유인을 적절하게 설계하지 않은 채 일부 참여자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면, 시장 유인 체계를 왜곡시키고 예상치 못한 시장의 반응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가 높다”며 ”사업자, 전략적 및 재무적 투자자, 개인 투자자간의 위험과 수익 분담에 대한 심도 있는 고려가 없다면 공정성과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교수는 “한국판 뉴딜정책을 위한 투자 시스템을 별도로 설계하기보다는 기존의 사회책임투자 시스템과 인프라를 확대·발전시키고 통합해 활용하는 방안이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존의 사회책임투자가 지향하는 바가 한국판 뉴딜정책의 내용과 본질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수정보완을 통해 충분히 통합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예컨대 공공사업 ESG 채권 발행 구조를 △사회책임투자 대상 프로젝트 시행 공공기관 등(설립 SPV 포함)이 프로젝트별 외부평가기관의 평가와 신용평가사의 채권 신용등급을 받아 발행하고, △이를 SRI 투자자(기관투자자 및 개인투자자)의 다양한 투자수요(기간, 위험-수익률)에 따라 소화하는 식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별 만기 및 신용등급에 따른 선순위-후순위 등 구조화채권을 발행하고, 공공사업 사회책임투자채권 발행 추진을 위해서는 각 대상 프로젝트와 시행 주체, 예상현금흐름 등 구체적 방안 확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국제기준과 정합성을 가지고 한국적 상황을 반영하는 ESG 채권 인정 기준 및 가이드라인의 제정과 분류체계(taxonomy) 마련이 필요하다”며 “특히 그린본드의 경우 그린워싱의 문제를 방지할 필요가 있고, 국제적으로 정해진 그린본드 원칙과의 정합성도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ESG 채권의 외부평가제도 도입 및 적격평가기관의 인정 기준의 제정이 필요하다”며 △공시정보 강화 등을 통해 기업의 보다 신뢰성 높은 사회책임투자 및 ESG 관련 정보 획득을 위한 제도개선 △ESG 채권 발행자에 대한 지원제도 구축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평가요소를 운용성과평가에 반영 △투자자에 대한 세제혜택 부여 △채권 브로커-딜러 시장조성을 통한 유통시장 활성화 등도 제안했다.

◇"ESG채권 발행 시 비용만 들고 투자 유치 어려워"… "기업지배구조법 손질 필요"

이날 토론 참석자들은 ESG채권 시장 활성화 취지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공감한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발행자‧투자자 모두에게 매력이 없어 현실적으로 이를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제공=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우선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SG채권의 국내 발행 실적과 잔액은 공식적인 집계가 이뤄지지 않고 개별 기관의 공시나 보도자료를 통해 추산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국내 ESG채권은 일반기업보다는 공공기관에 의해 대부분 발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ESG채권 생태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발행과 자금집행 과정에서의 투명성이 담보돼야 하고, 이를 위해 절차상 사업에 대한 독립적인 외부검토와 투자결과에 대한 주기적인 사후보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옥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이사는 “ESG채권 활성화 방안은 공공주도 활성화 방안과 민간주도 활성화 방안이 투트랙(Two-track)으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주도 ESG채권은 한국판 뉴딜 중 그린뉴딜(녹색채권과 연계) 및 사회 안전망 강화(사회적채권과 연계)와 연계한 공공기관의 사업 추진에 있어 필요자금 조달 용도로 활용되고, △민간주도 ESG채권은 민간 금융기관 및 기업이 녹색 및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도록 유인하기 위해 해당 투자에 대한 자금조달을 ESG채권으로 진행했을 경우 실질적 혜택이 주어질 수 있는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제공=임대웅 에코앤파트너스 대표

임대웅 에코앤파트너스 대표는 “그린뉴딜 부문에서 녹색기술의 경우 뉴딜펀드를 통해 자금 조달을 할 수 있겠으나 그린 인프라 프로젝트에는 펀드 보다 ‘장기적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과거 관제펀드(MB 정권 '녹색성장펀드', 박근혜 정권 '창조경제 투자' 및 '통일펀드' 등)의 성공 사례를 찾기 어렵다”면서 “민간에서 주도했던 바이 코리아 펀드도 시장 버블이 터지면서 엄청난 후유증을 겪은 바 있다”고 지적했다.

류영재 대표는 “이미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뉴딜정책 발표 이후 언택트(디지털) 바이어(생명 및 휴먼) 그린(수소차 등) 위주로 버블 논란이 일고 있다”며 “단적인 예로 수소차 수혜주와 관련주들이 뉴딜 발표 이후 시총이 폭등한 상태로 정부가 내년부터 뉴딜펀드를 조성해 뉴딜 관련주인 수소차 수혜 종목의 구주 등에 투자한다면 결과적으로 선취매를 통해 이미 버블 수익을 향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물건을 뉴딜펀드가 떠안아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류 대표는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부동산에서 생산적 자금인 자본시장으로 유입시키기 위해 현재 지배주주들에게 유리한 기업지배구조 관련법을 비지배 주주와 형평성 있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며 “그래야 전통적으로 부동산에 투자되어 있는 장기성 자금들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고, 동시에 ESG 및 기업거버넌스를 중시하는 해외 연기금 및 국부펀드들의 한국 자본시장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내 공적 연금 중, 유일하게 장기부채/장기자산 기금으로 장기투자가 가능한 국민연금 기금이 그 기금운용원칙(수익성·안정성·공공성·유동성·독립성·지속 가능성)에 맞게 전통 자산인 주식 및 채권 뿐 아니라 부동산, 인프라, PEF, VC투자 등 대체에도 ESG를 적용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수 한국신용평가 이사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에 ESG채권 최소 투자 비중 기준 마련 등을 제안했다.

김 이사는 “발행자 입장에서 메리트가 없으면 굳이 ESG로 발행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의 움직임인데 현 시점에서 단기적으로 사회적 책임 투자를 크게 늘리고 ESG 채권 발행을 활성화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 공제회 등 공적 기관투자가의 투자운영 규정에 ESG 채권 최소 투자 비중을 적용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공=오민영 SK증권 상무

이재원 산업은행 부장은 “사전인증·사후검증에 따른 ESG채권 발행으로 인해 추가비용은 매년 발생하는데 일반채권 대비 금리절감 효과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 부장은 “ESG채권 발행을 활성화하려면 ESG채권 발행자 입장에선 세금감면·보조금 지급을 통한 조달비용 절감, 발행 니즈 극대화 등의 정책 실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민영 SK증권 상무도 “ESG채권 발행 및 투자 시 정책적 지원 혜택이 없어 시장 활성화 한계가 존재한다”며 “이를테면 은행권에선 ESG 관련 대출 시 대손충당금적립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고 전했다.

박효선 기자 hs1351@infostock.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