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日 소부장 수출규제 1년...韓 기업, 독립 넘어 세계로
[칼럼] 日 소부장 수출규제 1년...韓 기업, 독립 넘어 세계로
  •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 승인 2020.09.01 15:19
  • 최종수정 2020.09.01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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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국내 반도체 소재 관계자들은 일본과 대만, 중국 등지로 초치기 출장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불산과 감광제(포토레지스트, PR)의 물량 확보에 총력전을 펼쳤다.

앞서 2018년 10월에도 일본의 시험적 불산 통제 조치로 우리나라도 애를 먹은 적이 있다.

이때부터 불산 수출 통제 가능성을 예견하고 그해 말부터 국내업계(솔브레인 등)의 대응이 시작됐다. 하지만, 대응책이 마련되기도 전 기습적인 일본의 수출 통제가 시작됐다. 

이 같은 일본의 조치로 수출효자 우리 반도체 생산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은 자명해 보였다. 그러나 한 달 후 결과만 놓고 보면 안정적인 공급망이 구축된다. 월화수목금금금, 24시간 밤샘 근무도 마다하지 않은 우리나라 기업과 종사자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 덕분이었다. 

당시 미국서 열린 국제반도체(SEMICON USA) 전시회에서 미국과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우리 반도체 기업과 함께 일본에 대한 비난 성명을 내기도 했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필사적인 설득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는 포토레지스트(PR) 원료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모두가 알다시피, D램과 시스템 반도체에 필요한 포토레지스트(Arf PR)는 전량 일본에서 만들고 있다. 하지만, 원재료는 한국에서 상당수 수입해 가고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일본 기업들은 한국정부가 대응보복으로 포토레지스트 생산에 필요한 원료 수출금지 조치를 우려해 사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재료 생산기업인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영업이익이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급증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소부장 분야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우리나라의 일방적인 수입구조에 균열을 가게 한 일대 사건이다. 

여세를 몰아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가장 고급단계라는 EUV PR 원료까지 일본으로 수출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다 올해 250억 규모의 투자로 EUV PR 원료 생산라인을 증설해 내년부터는 본격 수출길에 오른다. 

대표적인 소부장 기업인 동진쎄미켐도 이번 달부터 Arf PR 매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한다. 최근에는 BMW와 벤츠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스웨덴 노스볼트사와 2차전지 음극재(CNT 도전재와 Si 음극활물질)을 공급하는 10년 초장기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일본의 수출 통제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소부장 기업들은 국산화를 넘어, 대 일본 수출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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